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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유럽 거센 반난민... 슬로베니아도 우파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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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어 민족주의 열풍

“EU 난민 쿼터 정책 반대” 주장한

얀샤 前총리 이끄는 SDS 1당으로

과반엔 부족... 연정 구성 걸림돌

슬로베니아 총선에서 반(反)이민 성향의 우파 정당이 승리해 4년 만에 원내 제1당이 됐다. 연정 수립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총선 결과가 최근 중동부 유럽을 휩쓰는 난민 반대 움직임과 맥을 같이해 이 같은 대세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슬로베니아 국가선거위원회(SEC)는 3일(현지시간) 총선 후 99.9% 개표 결과 야네즈 얀샤 전 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25%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SDS는 이로써 의회 90석 중 지난 선거보다 4석 늘어난 25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코미디언 출신의 마르얀 샤레츠 캄니크시장이 창당한 반체제 정당 ‘마르얀 샤레츠 정당명부(LMS)’는 12.7%(13석)를 득표해 뒤를 이었다. 현 집권당이자 올해 3월 정부 철도사업 관련 국민투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미로 체라르 전 총리 소속의 현대중앙당(SMC)은 9.7%(10석)의 득표율로 4위에 그치며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얀샤 전 총리와 SDS는 이번 총선에서 반난민 수사를 활용해 표심을 자극했다. 발칸반도 북서부에 자리한 슬로베니아는 2015년 난민 사태 시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 더불어 ‘발칸 루트’ 주요국으로 50만여명의 난민이 통과한 바 있다. 2016년 3월 발칸 루트가 사실상 폐쇄된 후 위기가 일단락됐으나 최근 이민자 수가 다시 늘면서 유럽연합(EU)의 난민 쿼터(의무할당)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격화하고 있다. 얀샤 전 총리 진영은 이에 쿼터제 반대를 적극 피력하는 동시에 난민 유입을 “유럽의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지목했다.

슬로베니아까지 정권이 뒤바뀌면서 유럽 전역에서 극우 색채가 한층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웃 국가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이미 얀샤 전 총리의 선거 유세에 동행하며 공공연한 ‘반난민 연대’를 이어왔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12월 극우 자유당과 우파 국민당의 연립정부가 출범했고 체코ㆍ폴란드에서도 우파 민족주의 물결이 거세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에 포함된 가운데, 이 정당 소속의 마테오 살비니 신임 내무장관은 3일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는 유럽의 난민 캠프가 될 수는 없다”며 강경 반이민 노선을 예고했다.

다만 슬로베니아의 SDS가 향후 연정을 출범시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위 샤레츠 명부와 3위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D)은 선거 기간 동안 얀샤 전 총리의 극단적 성향을 경계하며 선을 그어 왔다. 유일하게 SDS와 연대 의사를 밝힌 새로운 슬로베니아(NSi)당은 7석만을 확보해 두 정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과반인 46석에는 한참 못 미친다.

얀샤 전 총리도 불리한 상황을 인지하고 협상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얀샤 전 총리는 이날 투표소에서 “(연정 구성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출구조사 결과로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직후에도 그는 “우리는 (모든 정당에)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며 여타 정당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샤레츠 시장은 “모든 정당이 선거 전 (연정 거부) 의사를 고수한다면 우리에게 정부를 구성할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SDS를 압박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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