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을 장난스럽게 다루거나 특정 집단의 시청자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거나 하는 사례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요즘이다. 그러면 '아재'들은 규제 카드를 꺼낸다.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문제를 일으킨 BJ들은 왜 그런 문제를 일으켰을까?
철 지난 이야기지만 몇 해 전 유명 걸그룹 멤버들이 지상파 예능에 나와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라보는 모습을 보여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다들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 안중근 의사를 몰라볼 수 있어!"라면서 그들을 손가락질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른다'라는 하나의 상태는 어떤 행위의 결과일 뿐 그 자체로 가치평가의 대상은 아니다.
'난 몰라야지!' 해서 모르는 게 아니라는 거다. "모를 게 따로 있지!"라는 반박에 대해서도 "그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 자체도 배워야 아는 것이다"라고 재반박할 수 있는 노릇이었다. 진짜 욕먹을 이들은 문제의 연예인들이 아니라 이들에게 안중근 의사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치지 못한 어른들이었다.
(물론 그러한 중대한 실수를 편집 없이 내보낸 방송국 잘못이 결정적이었다고 보지만…)
BJ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일부러 욕먹을 행동을 하겠는가. 대부분이 '몰라서' 저지르는 잘못들이다.
그들 또래의 일반인들이라고 더 상식적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똑같은 미숙함을 안고 있어도,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입장이기에 책임의 무게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비난 여론에 대한 그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그들은 무엇이 상식이고 개념인지 알기 어려운 나이에 너무나 영향력 있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규제란 언제나 참 간편한 카드다. 돈 잘 버는 유명인들에 대해 대중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달래 주는 장치이자 관계 당국으로서는 일 열심히 하는 이미지로 기사화하기 참 편리한 액션이다. 그러나 인터넷 생방송의 문제는 규제만으로 풀 수 없다.
생방송이니만큼 대부분의 규제는 사후규제일 수밖에 없으니 이미 한발 늦은 대응일 뿐이며 태생이 탈 제도권 방송이니만큼 여기에 제도권스러운 규제가 들어왔을 때 또다시 이탈의 움직임이 일며 문제는 점점 음성화될 뿐이다. 이런 마당에 무슨 창조경제며 창의 콘텐츠 육성이 되겠는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교육'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몰라서 저지르는 일들이 문제라면 가르치자.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미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된 BJ들에게 사회적 상식과 개념, 예의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다소 고리타분한 소리일 수 있으나, 그것이 결국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지로 인한 피해는 시청자만의 몫이 아니다. BJ들 역시 피해자다. 아직 어린 BJ들이 몰라서 한 실수에 대해 간편하게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처벌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시청자와 BJ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하자.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교육이 될 것이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도연. 콘텐츠 컨설팅 기업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기성 방송국과 뉴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누구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도연. 콘텐츠 컨설팅 기업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기성 방송국과 뉴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누구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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