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韓대공습]②콘텐츠 제 값 받기 기반 될 것 VS 韓 방송사업자 콘텐츠 투자 감소 우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 포스터. |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 절대 ‘갑’이었던 플랫폼 사업자와 대등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공룡의 등장으로 콘텐츠 제값 받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와 플랫폼들의 콘텐츠 투자가 줄어들고 대신 해외 자본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콘텐츠 제값 받는 기회 될까=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 시 글로벌 공통 정책으로 9대 1 수익배분을 요구한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어 서비스 이후 국내 방송·통신 업계를 대상으로 제휴사를 물색했지만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같은 수익배분 정책 때문이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콘텐츠 사업자와의 수급 배분은 5대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콘텐츠제공업체(CP) 등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을’ 취급을 받아왔던 콘텐츠 사업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콘텐츠 제값 받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넷플릭스가 자체가 중요한 콘텐츠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전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점도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겐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로 중국 수출길이 좁아진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 전세계에 한류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업체에 또 다른 시장이 될 뿐 아니라 콘텐츠 대가에 있어서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넷플리스가 투자한 ‘범인은 바로 너’ 예능 프로그램의 조효진 PD는 “런닝맨 특집극 수준의 제작비를 매회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넷플릭스 투자 드리마 ‘킹덤’의 회당 제작비는 15억~20억원 수준이다.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은 많아야 회당 수억원에 그친다.
◇국내 콘텐츠 산업, 넷플릭스 하청기업화 될 수도…=넷플릭스의 막강한 자본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120여편을 제작했고 올해 콘텐츠에 8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 콘텐츠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한동안 넷플릭스와의 제휴에 냉랭했던 국내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다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손쉽게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의존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업계 뿐 아니라 콘텐츠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제작 산업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방송업계에선 콘텐츠 수급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내 콘텐츠 제작산업은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한류의 해외 확산 기회를 해외 거대 콘텐츠 사업자가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두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점유율이 높아진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넷플릭스 견제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디즈니는 내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자체적인 온라인 유통 통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VOD 서비스 사업자가 30% 이상을 유럽 영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VOD 쿼터제를 도입했다. 넷플릭스 독점 공급 구조를 깨기 위한 응급처방이다.
글로벌미디어조사업체 디지털TV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유료 VOD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36%를 점유하고 있고 미국, 유럽에서는 각각 48%, 45%를 차지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점유율은 9%에 불과해 향후 넷플릭스의 집중 공략대상 지역이 되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는 아시아 지역을 뚫기 위한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을 넷플릭스가 좌우할 수 있다는 게 기우만은 아닌 셈이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