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규탄한다며 집회참가 男촬영 조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여성의 일상화된 공포를 바꿔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주 말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일부 여성이 되레 남성 시민들과 의무경찰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조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는 '어제오늘 한남콘 몰카 다 푼다+시위 관잦(추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하루 전인 19일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불특정 남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이를 본 워마드 회원들은 "품평하고 싶어도 다 폐기물이라 할 거리가 없다" "사진에서 밤꽃 냄새 쉰내 마늘내 난다" "볼 만한 한국 남자가 하나도 없다" 등 성별 간 혐오를 부추기거나 성적 조롱을 담은 댓글을 무수히 쏟아냈다.

워마드 회원들은 이런 몰카 촬영 및 게시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에 각종 여성 몰카 사진이 있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걸 고려하면 본인들의 이 같은 행위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과거 여성들이 몰카 피해를 당해도 수사가 지지부진해 고통을 느꼈듯이 남성들도 몰카를 당한 심정을 느껴 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심각한 범죄라며 이를 비난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사용한 혐오적인 구호와 팻말 때문에 집회 취지가 퇴색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혜화역 시위를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한 학생은 20일 익명 커뮤니티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안전 유지를 하는 의무경찰을 향해 '남경들아 분위기 ×창 내지 말고 웃어'라는 팻말을 들이밀고 '재기하라'(남성인권운동가 고 성재기 씨가 투신 사망한 것을 희화한 표현) 등 극단적인 구호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로 구속된 여성 모델 안 모씨(25)를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연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