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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환갑 제자와 팔순 스승… '금오공고 1기'의 특별한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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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산업 인재 키운 고교

1회 졸업생 절반 가까운 150여명, 은사들 모시고 추억 함께 나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지난 19일 오후 경북 구미시 공단대로 금오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150명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부르는 이들은 환갑(還甲)이 지난 제자, 듣는 이들은 팔순(八旬)을 넘긴 스승이었다. 1973년 입학한 금오공고 1회 졸업생들이 당시 은사들을 위해 45년 만에 마련한 감사 잔치였다.

조선일보

19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고 체육관에서 1회 졸업생들과 은사들이 45년 만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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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이날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전국에 흩어진 1회 졸업생 353명 중 150여명이 참석했다. 62~63세인 졸업생들은 80·90대 은사들에게 단체로 큰절을 올렸다. 제자들은 스승의 건강을 기원하며 "구구팔팔" 건배사를 외쳤다.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사시라"는 뜻이었다. "여러분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헤쳐나가 당당하게 우리나라 산업의 주역으로 큰 역할을 했다." 90대 스승의 답사에 졸업생들의 눈시울이 일시에 붉어졌다.

금오공고는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 중 하나다. 당시로써는 드물게 학비 면제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앞세워 전국 각지의 엘리트 학생을 뽑았다. 나라를 일으키려면 전문 기능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박정희 정권의 의지가 담긴 학교였다. 1기생으로 전자·기계공작·판금용접·주물목형·금속공업 등 5개 과에 360명이 입학했다. 1기생들은 주로 중소기업 CEO 등 기업경영(88명·27%)과 기술직(67명·20.6%)으로 진출했다. 당시 전체 합격률이 10~20%에 그치던 2급 기능사 자격시험을 금오공고에선 2학년에 전원 취득했다.

이날 제자들은 1246쪽 분량의 졸업 기념집 '농담과 여백'을 나눠 가졌다. 재학 시절 추억과 군 복무 시절, 사회 활동의 기록을 담았다. 1기 졸업생인 류갑걸(62) 금오공고 교사는 "해가 갈수록 고령의 은사들을 모실 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동기들과 의논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부 졸업생은 은사를 모시고 모교 근처에서 1박을 했다. 20일에는 은사와 제자가 함께 인근 김천 직지사(直指寺)와 직지 문화공원을 둘러봤다.

이번 행사에는 3학년 재학생 20명이 자발적으로 나서 안내 등을 맡았다. 전자과 3학년 권지원(18)군은 "저도 열심히 공부해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겠다"고 말했다.

[구미=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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