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프> 창간호,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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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학회지와 동인지가 페미니즘 담론을 이끌고, 공동체를 결속시켰다. 1990년 한국여성연구소가 창간해 2005년까지 16권을 낸 <여성과 사회>(창작과비평사), 1995년 ‘또문’ 동인들이 만들어 2003년까지 17권을 펴낸 <또 하나의 문화>, 1999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가 창간해 지금까지 이어온 <여/성이론> 등이 그 주역이다.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국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을 이끈 이 동인지, 학회지 들은 이론적 지향이 달랐지만 지난 30년 동안 논쟁과 비판으로 한국 페미니즘의 토대를 단단히 다졌다”고 말했다.
90년대 동인지·학회직 담론 주고
‘또하나의 문화’‘이프’ 실천적 활동 다져
위안부 문제·성 상품화 등 제기
‘페미니즘 도전’ 대중 속으로
‘82년생 김지영’ 각계 흔들어
그 바탕에는 서구 페미니즘 이론의 한국적 수용과 운동의 실천적 결합을 이끈 이효재(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 윤정옥 전 이화여대 교수, 조혜정(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등 여성학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여성과 사회>(1979) <한국의 여성운동-어제와 오늘>(1989, 이상 이효재), <한국의 여성과 남성>(1988)과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전3권·1992~1994, 이상 조한혜정), <여성 몸 성>(1999, 장필화),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증언집>(1993,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중요 저작이다.
이 시기 문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여성주의가 주목받는 문화 코드로 주목받았다. 작가 고정희, 김승희, 김혜순, 오정희, 최윤, 최승자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90년대 말엔 성폭력, 섹슈얼리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한다. 이 흐름 속에서 계간 페미니스트저널 <이프>(통권 36호·1997~2006)는 여성의 성상품화 문제를 제기하며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고, 미스코리아 대회 공중파 방영 금지를 끌어냈다.
2000년대는 페미니즘 출판의 본격화, 대중화 시대였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2001)로 가정폭력이 ‘집안일’이 아니라 폭력이자 범죄임을 대중적으로 알렸다. 그가 쓴 <페미니즘의 도전>(2005)은 “실천적인 페미니즘 교양서이자 사회비평서란 점에서 페미니즘의 저변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전성원)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엮은이로 참여하고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기획한 <성폭력을 다시 쓴다>(2003)는 다양한 성폭력 사례들을 통해 여성운동의 언어를 한단계 진전시킨 책이다.
<한국의 식민지 근대와 여성공간>(2004, 태혜숙·임옥희) <신여성>(2005, 연구공간 수유+너머 근대매체연구팀) 등 남성중심적 민족주의 논쟁에 기반을 둔 식민지 근대논의의 중심에 여성을 놓았던 연구가 시작되며 지금까지 10년 이상 지속한 것도 중요하다.
여성노동자와 이른바 ‘전쟁미망인’ 등 여성의 삶에 기반을 둔 구술사, 생애사 연구도 활발했다.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2004, 전순옥),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2006, 김원),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2010, 이임하), <나, 여성노동자-1970~80년대 민주노조와 함께한 삶을 말한다>(전2권·2011, 유정숙 등) 등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발견돼야 할 중요한 성과다.
2010년대는 ‘페미니즘 출판 전쟁’이 막을 올렸다. 신자유주의는 여성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꿔놓았다. 현대인의 자기계발 또는 자기완성 프로젝트로서 여성주체들의 외모기획, 가족기획을 분석한 <기획된 가족>(2013, 조주은), <성형>(2015, 태희원) 등이 중요 저작이다. 2012년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이후 2015년 ‘메갈리아’ 커뮤니티 출현과 더불어 <여성혐오가 어쨌다구?>(2015, 윤보라 외)가 나왔다. 2016년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 해시태그 문화계 성폭력 말하기(#○○_내_성폭력)가 사회의제가 되었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져 페미니즘이 더욱 활발하게 해석되고 일반 대중 여성 사이에서도 광범하게 실천되었다. 성문화(性文化) 연구 모임 ‘도란스’가 내놓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2017)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일컬으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왜곡된 성담론, 성차별적 현실을 폭로해 국가 성평등 정책과 여성가족부의 활동에도 화두를 던졌다. 이 정동들이 모여 페미니즘을 더 알고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폭발했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은 70만권이 팔리며 드디어 페미니즘 저작이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각계를 흔들며 ‘현상’으로 대두했다. 이런 요구에 힘입어 강간문화를 다룬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 밀러, 1975년 출간),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을 다룬 <백래시>(수전 팔루디, 1991년 출간) 등 그동안 번역되지 못했던 ‘서구 고전’도 뒤늦게 한국에 상륙했다. ‘맨스플레인’이란 말을 유행시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2015, 리베카 솔닛), <나쁜 페미니스트>(2016, 록산 게이), <전진하는 페미니즘>(2017, 낸시 프레이저) 등도 신작 페미니즘 저서들은 국내에도 시차 없이 번역됐다.
2000년대 이후 권김현영, 김고연주, 손희정, 은하선, 이민경, 홍승은, 홍승희 등 20~40대 국내 여성 저자들이 새로 등장하거나 다시금 평가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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