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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설]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 의혹 진상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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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의 재조사 여론이 커지고 있다. 종업원 일부가 JTBC 인터뷰를 통해 “전원이 자유의사로 탈북해 남한에 들어왔다”는 정부 설명을 뒤엎는 증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여종업원 12명을 데리고 온 중국 저장성 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2014년 말부터 국정원의 정보원이 돼 1년여간 각종 정보를 넘겨오다 들통날 위기에 처해 국정원 직원에게 귀순을 요청했다”며 “그런데 국정원이 ‘종업원까지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널 기다리신다. 무공훈장을 받고 국정원에서 같이 일하자’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4명의 여종업원은 “지배인이 며칠 전부터 숙소를 다른 데로 옮긴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말레이시아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한국에 가는 것을 알았다”며 남한행은 물론 탈북 계획조차 몰랐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가 아니라 ‘약취·유인’을 당해 남한에 들어온 셈이다.

이 사건은 발표 당시부터 의문투성이였다. 탈북민의 제3국 경유 입국이 보통 한달 걸리는데 단 이틀 만에 입국한 것이나, 정부가 비공개 관행을 깨고 사진까지 제시하며 입국사실을 발표한 것을 두고 ‘총선용 기획 탈북’설이 제기됐다. 방송 인터뷰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해준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4일 “북한 여종업원의 집단 탈북을 국가정보원에서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부의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변은 “선거 승리를 위해 종업원들과 가족들의 인권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은폐하고 방치한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일부만 북한으로 돌아가면 남한에 남는 종업원들의 가족이 고초를 당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묻어두는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행위를 알고도 방치하는 셈이 된다. 정부는 먼저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종업원들의 거취는 그런 다음 지혜를 모아 해법을 모색하면 될 일이다. 북한 주민이라고 해서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당해선 안된다. 이 문제는 남북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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