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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본인에겐 묻지도 않고…민변, '기획 탈북 고발'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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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식당종업원 탈북은 기획탈북”
“박근혜 정부 국정원법 위반” 고발
“탈북자, 북한 가족들 의사 확인은 못했다”
본인 뜻 무관한데… ‘고발 자격’ 있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016년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등 박근혜 정부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민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TF(팀장 장경욱 변호사)는 14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이병호 전 원장과 해외정보팀장 정모씨 등 복수의 국정원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초 TF는 이날 오전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도 고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선 “범죄 증거가 좀 더 명확해질 때 추가고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고발대상에서는 제외했다.

TF는 “북한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해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도록 하고 선거에 이용했다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죄,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입국 이후 탈북 종업원들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하고 이들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 등을 거부하게 한 것은 형법상 강요 및 체포·감금죄, 국제형사범죄법상 반(反)인도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응 TF측은 “북한에 있는 종업원 12명의 부모로부터 종업원들의 모든 법률상 대리권을 간접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TF는 “국정원의 회유·무마가 의심되는 범죄행위로 조속한 시일 내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북송)해야 한다”고 했다.

TF측은 아직 탈북 종업원들 본인 의사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 TF 관계자는 “관계기관에 협조요청을 하는 등 (접촉을 위해)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취했다”면서도 “여종업원들이 ‘만나기를 굉장히 꺼려하고 경계한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당초 위임 의사를 밝혔다는 여종업원의 부모들과도 현재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TF 측은 “진행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UN을 통해 접촉·방북 승인 등을 추진해볼 생각”이라면서 “가족사진과 공민증 사본 등을 통해 위임권의 존재는 법원도 공인한 사실이다”고 했다. 판례상 북한 주민도 우리 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위임장이 있다면 법적 다툼이 가능하다. 다만 위임장의 작성자가 본인이 맞는지, 법적으로 유효하게 작성된 위임장인지가 관건이다.

앞서 2016년 5월 민변은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을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법원에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종업원들은 북한 이탈주민 보호센터를 퇴소해 원하는 곳에서 살고 있고, 퇴소 후 국가기관에 의해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며 민변의 청구를 각하했었다. 이는 당사자들의 자유 의사가 반영된만큼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일방적인 위임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였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민변의 인신 구제 청구에 대해 “형식적, 절차적 적법성 측면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의 의사에 배치되는 가족의 구제 청구라는 점, 인권침해자인 북 당국의 위임장이나 다름없는 위임장을 근거로 제출했다는 점, 보호 요청자를 피구금자로 취급한 점 등에서 재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탈북단체 회원들도 “(민변은) 탈북자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비인간적인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이번에도 2년 전과 같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김태훈 회장)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목숨 걸고 넘어온 그들의 탈북 경위를 새삼 재조사하고 북송까지 나아간다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들 또는 그들의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면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내 북한 해외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 허강일씨와 여종업원 12명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6년 4월 7일 한국에 들어왔다. 통일부는 이튿날 “한국TV 드라마·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면서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20대 총선일인 4월13일을 엿새 앞둔 입국 소식에 ‘기획 탈북’ 의혹이 일었지만 정부는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허씨 인터뷰를 담은 jtbc 보도로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허씨는 방송에서 ‘당초 혼자 탈북하려다가 국정원 관계자가 모두 데리고 오라고 해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하게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TF는 “허씨도 고발대상으로 검토했으나 공익신고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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