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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왜냐면] ‘한겨레’는 한국 최초 지역신문의 산파 / 이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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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번영
홍성신문 대기자

1986년 12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주민들이 이웃 소식을 나눠 보는 월간 <홍동소식>이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됐다(1987년 2월2일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참조). 정기간행물 등록이 안 됐다는 것이다. 20여명의 주민대책위원회는 그렇다면 홍성군 전체를 대상으로 주간지 정기간행물 등록 신청을 내고 당국에서 또 안 받아줄 경우 많은 사람과 연대해 정부와 싸우기로 했다. 홍성 와이엠시에이(YMCA) 이사 8명의 ‘화요독서모임’에 이를 제안하고 동의를 받아내 적극 추진했다.

지역소식을 보도하고 논평하며 여론을 모으는 ‘신문’이 되는 셈인데 그 분야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국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었다. 마침 <동아일보> 해직기자 등이 새 신문 창간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홍성 준비팀은 서울로 새 신문 창간 준비자들을 찾아갔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을 모아 신문을 창간한다고 했다. 우리는 “아하, 그런 방법도 있구나” 무릎을 치고 돌아왔다. 홍성에서 홍성군민 다수가 주주로 참여하는 지역신문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서울의 새 신문 창간부터 돕기로 하고 20여명이 주식을 매입했다.

새 신문 이름은 <한겨레신문>으로 정해졌다. 송건호 한겨레신문사 초대 사장을 홍성에 초청해 신문 만드는 방법과 자세 등에 대한 공개강연을 듣고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1987년 12월 홍성지역신문 창간준비위원회를 50여명으로 꾸렸다. 1988년 5월15일 <한겨레신문> 창간호에 홍성지역신문 주주모집 광고를 게재했다. 1988년 12월1일 홍성군민 340명이 주주로 참여한 <주간홍성>(뒤에 <홍성신문>으로 바꿈) 창간호를 내놨다.

충청지방신문들과 <경향신문>, <한국방송>(KBS) 등에서 한국 최초의 시·군 단위 신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창간호는 고광성 발행인, 송건호 한겨레신문 발행인, 유재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대담을 특집기사로 올렸다. 대담에서 송건호 발행인과 유재천 교수는 “‘홍성신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지역신문이며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지역신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앞서가는 지도자들이 몰려와 지역신문 창간 노하우를 가져갔다. 10년쯤 뒤 우리나라 기초지방자치단체 대부분에서 지역신문이 주간으로 발행돼 지방자치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홍성신문>은 처음 몇 달 동안 서울 양평동 옛 한겨레신문사에 인쇄를 의뢰했다. 과연 <한겨레신문> 없이 <홍성신문> 창간이 가능했을까 생각된다. <홍성신문> 없이 우리나라 시·군 단위 지역신문이 탄생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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