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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美의 비핵화 그림은…① 직접 해체 ② 생화학무기 포함 ③ 보상前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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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2 美北정상회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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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북한 비핵화 방식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북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적용한 원칙들을 설명했다.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 후에 경제적 지원 또는 제재 완화 논의, 미국이 비핵화와 검증까지 직접 주도,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비핵화 등으로 요약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하면서 "너희가 X를 주면 우리가 Y를 주는 방식은 이전에도 했던 방식인데 항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완전한 비핵화 후에 경제적 지원에 나서는 일괄타결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도 "영구적인 비핵화는 보상 혜택이 북한에 흘러들어가기 전에 완성돼야 하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미국 주도로 신속한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 장소로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이는 미국이 직접 비핵화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국들이 공동으로 관여해온 과거의 방식 대신 미국이 앞장서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조기에 신속하게 비핵화를 완료하겠다는 뜻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역할을 하겠지만 해체는 미국이 직접 할 것"이라고 밝혀 강도 높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와 다르게, 더 빠르게, 더 크게 비핵화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 실무협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상당히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북한 비핵화 작업을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에 활용하겠다는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일괄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해법을 원하는 북한 사이에 의견 대립이 팽팽할 경우 큰 틀에서 2단계 해법에 합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초기 비핵화 이행조치의 경과에 따라 본격적인 경제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제재 완화 조치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핵화 협상 타결을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원칙을 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국한되지 않고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폐기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줄곧 폐기 대상에 WMD와 생화학무기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ICBM 포기로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WMD와 생화학무기를 잔존시킨다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은 여전히 북한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자위 목적의 모든 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일정한 수준에서 미국과 북한이 타협을 이룰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북한 비핵화 방식은 비핵화가 완성된 이후에 경제적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이 주장하는 대로 리비아식 핵해법에 가깝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핵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식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핵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제한한 이란 핵협정과 핵 포기 단계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했던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 후 한반도 평화 협정 내지는 미·북 관계 개선이 이어진다면 체제 보장에 대한 대가로 핵폐기를 추진한 우크라이나식 핵해법과도 유사점이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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