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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맘` 이해하려 `맘카페` 본뜬 기재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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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직이야? 업무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참 나!"

지난 10일 저녁 7시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스터디 카페. 20~40대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와 다자녀 부모 10여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가운데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 스크린 프로젝터를 통해 흘러나온다.

맘카페 오프라인 모임을 방불케 한 이 모임은 다름 아닌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저출산 정책수요자 그룹별 좌담회'. 기재부는 지난 3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미혼 남녀, 육아 병행 직장인, 경력단절 여성·다자녀 부모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시리즈 형식의 좌담회를 진행했다.

정부 주최 좌담회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이색적이었다. 엄숙한 분위기의 회의장이 아닌 강남역 스터디 공간에서 진행했고, 고위 관료의 따분한 모두발언 대신 주제를 관통하는 드라마 속 장면이, 소관 업무 담당 과장 대신 '같은 처지'에 놓인 여성 주무관이 진행을 도맡았다.

패널들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던 여성 주무관들은 거침없이 좌담회를 진행해 나갔다.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좌담회 사회를 맡은 기재부 소속 20대 여성 주무관은 패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유도하며 "기재부 내에서 눈초리를 받을지언정 결혼은 하지 않되 애는 낳고 싶다"면서 "나 같은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에선 미혼모에 대한 출산 혜택도 강화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처지가 같은 여성이 대화를 리드하다 보니 패널들 역시 저마다 고충과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편안하게 얘기했다. 3차 좌담회에 참석한 한 다자녀가정 여성은 "상하수도요금 감면이나 아동수당 10만원을 준다고 해서 두 자녀 가정이 셋째를 계획하진 않는다. 차라리 관련 예산을 모아 셋째 자녀에 대한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과 같은 큰 '한 방'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홑벌이 가정 여성들을 활용한 커뮤니티 돌봄 시스템, 산후조리원 비용 일부 지원 같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이번 좌담회를 총괄 기획한 이억원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탁상 위주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수요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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