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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충무로에서] 집권 2년차와 해피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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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에 정권의 희비가 엇갈렸다. 국정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넘치는 의욕과 자신감에 과속 주행했다. 한편으론 국민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평가는 냉정해지면서 예외 없이 국정 위기가 초래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민과 정부의 관계는 1년 차 때는 연애 같고 2년 차는 결혼 같다"며 '소퍼모어 징크스'를 우려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각종 조사에서 70~80%로 압도적이다. 절체절명의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성과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새 평화 시대 개막을 알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내치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경제 성장 3.1% 달성 등 정부가 내세운 성과는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일자리 정부'답지 않게 17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세는 꺾였다. 제조업 가동률은 5년 만에 최저치로 실물경기의 하강 조짐도 뚜렷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째 하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번복,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백지화, 재활용품 수거 거부 사태 등 곳곳에서 정책 혼선이 터져나오고 있다.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국정 주도권을 쥔 권력의 핵심들은 기업이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대기업=적폐' 프레임에 빠져 있고, 기업을 아무리 옥죄어도 한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다.

눈치 빠른 관료들은 완장을 찬 듯 기업 압박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들의 호소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는 돌아가면서 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거래법 개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모범규준을 밀어붙일 태세다.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의 먼지떨이식 기업 수사에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오너의 갑질, 부정부패 등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부처별로 할 일을 한다고 여길지 모른지만 기업 입장에선 전방위 압박에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당연히 경영권 방어에 매달리고 투자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아나고, 결국 일자리도 기업에서 나온다.

적폐를 청산했는데 경제가 흔들린다면 정권의 존재 기반은 허물어진다. '소득 주도 성장' 등 구호만 넘쳐나고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 민심은 금세 돌아선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비핵화, 평화 체제, 종전 선언 등 평화 무드에 들떠 희망만 말하는 '해피토크'는 이제 그만할 때다.

[윤상환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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