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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금융위, 금감원의 감리위 돌발행동 저지...금융위-금감원 삼바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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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다룰 임시 감리위원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감리 결과를 독단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에 불편함을 내비쳤던 금융위가 이번에는 금감원이 ‘스모킹 건’(핵심 증거)을 감리위에서 기습 공개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돌발 행동 금지’ 방침을 내렸다.

◇ 금융위, 금감원에 “감리위 개최 전 모든 자료 제출” 당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금감원 측에 모든 핵심 자료를 임시 감리위 개최(17일) 이전에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금감원은 증선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 및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 근거 자료를 제출했다. 총 109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이 자료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입증할 이른바 스모킹 건이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감리위에서 스모킹 건을 기습 공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앞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매수하는 권리)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는 증거를 금감원이 확보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만약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야 할 근거가 없어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을 시장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했어야 한다는 금감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금감원은 앞서 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대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게 고의성 있는 회계기준 위반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단숨에 1조9049억원의 일회성 순이익을 거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같은 흑자 전환이 삼성물산과 합병 전 제일모직(당시 삼바 최대주주)의 높은 가치 산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당시 외부감사인인 삼정KPMG의 조언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적법한 처리였다고 강조한다.

당시 삼정KPMG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사하면서 바이오젠이 들고 있는 콜옵션에 주목했다. 삼정은 “콜옵션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평가하자”고 했고, 바이오젠이 그해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과 나스닥 상장 추진 과정에서 콜옵션 행사 의사(2015년 11월 콜옵션 행사 레터 제출)를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은 K-IFRS 10호 B23 조항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진 않은 상황이었지만, 상실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회사로 전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증선위에 넘긴 자료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인데, 금감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고의성을 들여다보기에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고, 더욱이 삼성물산 합병 문제까지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금감원의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내부 제보같은 핵심 증거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문이 확산되자 금융위가 금감원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안이 심도있게 논의되기 위해서는 감리위 전에 감리위원들이 핵심 근거를 충분히 이해하고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리위 개최 이전에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증거 제출을 막판까지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심제를 최대한 활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면전에서 반박 불가능한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자 증선위에서 모든 자료를 다 미리 내놔야 한다고 금감원에 신신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고평가됐다는 점에 스모킹 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를 현금흐름할인모형(DCF)으로 추정했다. DCF는 현재 실적이 나지 않는 기업이라도 미래에 낼 수 있는 수익을 미리 반영해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기법이지만 ‘고무줄 측정’이 가능해 논란을 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 당시 금융상품 적용 회계기준(IAS 39)은 시가 산정이 쉽지 않은 비상장주식 등에 대해 원가방식의 회계처리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DB



◇ ‘경질설’부터 ‘사표설’까지...끊이지 않는 잡음

금융위와 금감원간 갈등은 지난 1일 금감원이 금융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별감리 결과에 대해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감원 보고를 받은 금융위는 금감원 감리 결과가 공표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리사전통지 권한은 증선위가 금감원에 위탁한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이번 건은 금감원이 전례없이 사전 통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해 시장의 충격과 혼란을 초래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사전통보조치 사실을 언론에 문자로 알린 서모 금감원 공보국장이 부임 4개월만에 갑작스레 최근 인재교육원으로 발령난 것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금융위,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정보 공개와 관련해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편 감리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투자자 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정보 관리에 나섰다. 감리위원 전원은 심의 내용과 향후 일정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서약서를 작성했다. 금융위는 감리위원과 증선위원을 대상으로 삼성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과거 삼성과 관련된 용역업무을 수행한 사례가 있는지도 점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17일 열리는 감리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다음 정례 감리위는 오는 31일 예정돼 있다. 중간에 23일 증선위 일정이 잡혀있지만 17일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증선위도 순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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