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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중국서 '시진핑 어록·찬양가' 등 마오 시대 연상 개인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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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언론, '시진핑 개인 숭배' 중국 언론매체 보도 소개

연합뉴스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케 하는 선전특구보의 시진핑 찬양 기사
홍콩 빈과일보 캡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개인숭배가 확산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4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深천<土+川>)의 관영 매체인 '선전특구보'는 지난 8일 선전 공무원들의 '시진핑 사상' 학습 열풍을 전하면서 "시진핑 총서기의 말씀과 정신을 뼈에 새기고 피에 녹여 실천하자'라는 문구를 썼다.

굵은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박힌 이 문구는 사실 마오쩌둥 시대의 개인숭배에 쓰이던 문구였다.

마오쩌둥이 주도하던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시절 중국 곳곳의 공공장소에는 '마오쩌둥 주석의 지시를 머리에 새기고 피에 녹여 실천하자' 등의 문구가 나붙었다.

선전특구보의 이 문구가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져나가자 중국 지식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앞장서 주창했던 선전특구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남순강화는 1992년 덩샤오핑이 상하이, 선전, 주하이(珠海) 등을 순시하면서 개혁과 개방 확대를 주문한 것을 말하며, 중국은 이후 남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실현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榮劍)은 "남순강화를 주창했던 선전특구보가 이렇게 타락할 수 있느냐"며 "개혁을 부르짖었던 선전특구보가 이제 '순천시보'(順天時報) 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순천시보는 청말 군벌 위안스카이(袁世凱·원세개)가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 정권을 장악했다가 1915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르려 하자,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황제 등극을 돕기 위해 만든 선전 매체다.

빈과일보는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가 갈수록 마오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군은 '마오쩌둥 어록'을 본뜬 '시진핑 어록'을 만들어 사병들에게 배포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 찬양가가 유행했던 것처럼 시진핑 찬양을 담은 노래도 관변의 암묵적인 지원 아래 불리고 있다.

마오쩌둥 개인숭배에 쓰였던 '위대한 영수', '위대한 총사령관', '위대한 조타수' 등의 호칭을 본떠 시 주석에게도 '영수', '조타수' 등의 호칭이 서슴없이 붙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6일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 심포지엄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현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이며,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발전"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빈과일보는 2012년 2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퇴임하면서 "문화대혁명 잔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 비극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 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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