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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CEO-직원 연봉 격차 갈수록 너무하네 지난해 평균 39배…삼성전자 208배 ‘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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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새삼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 격차가 화제다. CEO와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함께 공개되면서다. 특히 삼성전자의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 격차가 무려 208배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243억8100만원. 반면 일반 직원의 연봉 평균은 1억1700만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으로 등재됐다. 한 해 전인 2016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권 회장 연봉은 66억원대, 일반 직원 평균이 1억700만원었으니 62배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반전한 배경에는 권 회장의 상여와 일회성 특별상여가 늘어난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이 있었다 해도 세간에서는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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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6배서 2017년 39배로

▷아모레 회장 연봉 늘고 직원은 줄어

삼성전자 외에도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 격차가 크게 나는 곳은 적잖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연봉은 75억4100만원으로 일반 직원 평균 연봉 5300만원의 142.3배에 달한다. 직전 해인 2016년에는 49배(서 회장 28억여원, 일반 직원 5900만원)였다. CEO 연봉은 늘고 오히려 직원 연봉은 줄어든 꼴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영업부서는 분기당, 지원부서는 상반기·하반기 나눠서 보통 인센티브가 나가고 연말에 경영성과급을 기본급의 250~500% 지급해왔는데 지난해에는 사드 사태 여파로 성과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격차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50배 이상 격차가 난 곳은 그 밖에도 많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전 사장, 57억5500만원)과 일반 직원 평균 연봉(9000만원)의 차는 63.9배였고, 구본무 LG 회장(63억3000만원)과 일반 직원 평균 급여(1억500만원) 차이도 60배 이상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김태한 사장 대 직원 평균 차는 54.4배, LG생활건강 53.2배, 롯데케미칼은 53.1배 차이였다.

그렇다면 시가총액 30위 이내 기업 중 연봉 차가 가장 작은 기업은 어디일까. 신한금융지주로 조용병 회장의 연봉은 지난해 6억2000만원, 직원 평균 연봉 1억500만원으로 차이는 5.9배 수준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 회장 연봉은 근로소득으로 공시하게 돼 있고 장기성과연동형 주식보수(PS)는 따로 책정된다. 조 회장은 1만5196주가 있는데 2017~2020년의 회사 장기성과, 주가에 따라 지급 여부, 지급 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별도로 봐야 한다. 따라서 순수 근로소득은 지금의 격차가 맞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PS가 지급된다 해도 4년 뒤부터 1년 단위로 지급하므로 급여 차이가 큰 폭으로 나지는 않을 것이라 전했다.

그 밖에 일반 직원과의 연봉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들로는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7억4300만원, 6.1배), 윤종규 KB금융 회장(9억2600만원, 7.3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10억6600만원, 10.1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12억4200만원, 10.7배) 등이었다.

연봉 상승률 격차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최근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임원과 직원 간 연봉 상승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 회사가 여럿 있어서다. 특히 증권사가 두드러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장·부사장·본부장 등 경영진의 연봉 인상률이 전년 대비 39.64%에 달했다. 반면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2016년 9342만원에서 지난해 9390만원으로 0.51% 올랐다. 임원 연봉은 엄청나게 오른 반면 직원은 쥐꼬리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상승 폭 차이는 무려 77배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경영진 위주 인상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도 직원과 달리 임원급의 연봉 상승률은 10배 안팎이었다. 대신증권은 직원 평균 급여는 줄었지만 경영진 연봉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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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셀프 의결도 ‘입길’

▷성과 걸맞은 연봉? 도덕적 해이? 논란

물론 연봉·성과급을 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다. 또 권한이 많은 만큼 책임도 커 임원들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가 허다하다. 2016년 기준 미국은 CEO와 직원의 평균 연봉 비율이 271 대 1(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이다. 2000년 376.1 대 1에 비하면 그나마 줄어들었다지만 피터 드러커가 제시했던 이상적인 격차 ‘20 대 1’에 비하면 여전히 편차가 심하다.

미국 역시 이런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당시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들이 여전히 고연봉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장기 시위가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후 2010년 ‘도드-프랭크의 월스트리트 개혁과 소비자보호법(이하 도드-프랭크법)’이 만들어졌고 2015년에는 2017년 회계연도부터 상장사(소기업, 신성장 기업 제외) CEO와 일반 직원 간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하기로 명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자율주행차량 기술 업체 ‘앱티브’의 케빈 클라크 대표가 지난해 앱티브 전 직원 보수의 중간값보다 2526배 많은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과 기여도에 대한 편차를 감안한다 해도 그 차이가 너무 심하게 벌어지면 승진 욕구를 부르기보다 조직 내 열패감만 심어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성과급 지급 시스템이 꼭 이듬해 나은 실적을 보장한다는 전망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연봉이란 매년 올라가지 않는다면 톱니바퀴 효과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연말에 아무리 많은 성과급을 챙겼어도 시간이 지나 이 성과급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더 이상 열심히 일하게 하는 동기 유인이 되지 못한다.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려면 성과급을 잊을 만할 때 다시 예년보다 더 큰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방법이다. 예년보다 같은 수준이거나 적다면 오히려 안 준 것보다 못한 유인이 된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보상체계를 정하는 과정을 두고도 말이 많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상 이사 보수는 주총에서 정하도록 돼 있으나 대법원은 주총에서 보수총액만 정하면 된다고 하고 있어 결국 이사회가 임의대로 정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과정에서 ‘셀프 의결’ 논란이 빚어진다. 자기 연봉은 대폭 올리고 직원 연봉은 소폭 올리는데 명확한 기준이나 잣대가 없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과연 임원이 회사가 어려워지면 받고 있던 연봉의 배수만큼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다. 오히려 회사가 구조조정되면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돼 사회가 책임을 떠안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셀프 의결은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가이드라인이다.

고동원 교수는 “금융회사인 경우에는 주총에서 정한다는 조항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해 주총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전이라도 보수위원회에 해당 이사는 구성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은 CEO는 직원 15년 차 평균 임금의 5배 이내, 대주주(오너)의 관계인·임원은 임금과 기타 지급 총액 공시 등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제시한다.

윤정구 교수는 “똑같은 기여를 했는데도 종업원의 연봉보다 경영진이 스스로 더 많이 연봉을 올리는 것은 자본주의를 해치는 심각한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로 비칠 수 있다. 정보 공개를 좀 더 투명하게 하면서 기업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의결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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