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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STOCK & BOND] 판문점 선언 이후 외국인이 담은 종목 호텔신라·삼성전기·하이닉스…‘실적주’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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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실적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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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린 외국인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한 간 해빙 무드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5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8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최대 요인이었던 북한 리스크의 변화 가능성이 얼어붙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머니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첫 거래일인 4월 30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4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5월 들어서는 순매도로 돌아서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773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미 국채금리 상승 움직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들 실적 악화 등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를 넘어서면서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류용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유례없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수급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강달러, 고유가, 고금리 등 3고 현상의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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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 흔들리지 않고 실적에 투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집중 매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덜어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예외는 있다. 호텔신라와 삼성전기, SK하이닉스 등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꾸준히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비중을 확대했다. 남북경협 등 테마에 흔들리지 않고 확실한 주가 상승동력인 실적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 직후인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호텔신라, 삼성전기, SK하이닉스, 삼성SDS, 금호석유, 삼성중공업, 넷마블, 태영건설, LG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정 업종과는 상관없이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았거나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호텔신라다. 7거래일 동안 13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분기 실적이 증권사 전망치를 훌쩍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러브콜을 받았다. 호텔신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2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42% 증가한 442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가 40% 넘게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그만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얘기다.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면세 사업 부문이 살아난 게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중국 따이공(웨이신·웨이보 등을 통해 해외 제품을 구매대행하는 보따리상) 매출이 크게 늘었고, 시내 면세점들이 출혈경쟁을 멈추고 여행사에 지급하는 ‘알선(송객) 수수료’를 일제히 낮춘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 구매력 증가와 함께 따이공의 구매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하반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까지 더해지면 호텔신라 실적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이익이 6배나 증가한 삼성전기도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겼다. 외국인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기 주식 910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매출액 2조188억원과 영업이익 1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8.5%와 503.1% 증가한 수치다. 통상 1분기는 IT 업계 비수기로 꼽히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9 생산에 공급하는 고성능 카메라 모듈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호전됐다. 수요 증가로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필수 장치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판매 가격이 오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는 듀얼 카메라, 고용량 MLCC, SLP기판,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하이엔드 부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탄탄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평가했다.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률 50%를 넘긴 SK하이닉스에 대한 순매수 행진도 이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788억원어치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전년보다 77%, 38.6% 증가한 4조3673억원, 8조719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실적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호실적의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이 원인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81달러로 전년 대비 41.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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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변곡점으로 매수세 유입 전망

▷삼성重·넷마블 실적 악화 불구 러브콜

삼성SDS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삼성SDS의 1분기 매출액은 2조3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고, 영업이익은 23.7% 증가한 181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IT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클라우드 사업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30% 증가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증설에 따라 생산 과정의 디지털 자동화를 돕는 스마트팩토리 사업 매출도 30% 늘었다. 인공지능(AI)과 애널리틱스 사업, 솔루션 사업 매출도 각각 40% 이상 증가했다. 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애널리틱스·솔루션 등 IT 서비스 4대 전략 사업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성SDS의 향후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깜짝 실적’을 발표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424억원어치 사들였다. 금호석유는 올 1분기 매출 1조3399억원, 영업이익 16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2%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부타디엔을 원료로 합성고무를 만드는 금호석유는 주력인 합성고무 부문 외에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에너지 등 4대 사업군에서 고르게 이익을 냈다. 금호석유는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주가와 신용 등급이 오르는 등 겹호재를 맞았다.

그 뒤를 이어 태영건설(339억원), LG(313억원) 등도 1분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의 쇼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사랑을 받은 종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액이 1조240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4370억원)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고 4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지만 외국인은 4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예상된 부진이었고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긍정적 전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4월에만 1조200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을 만기 상환해 2분기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감소할 전망이다.

외국인이 378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넷마블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9% 감소한 742억원, 매출액은 26.2% 줄어든 5074억원을 기록했다. 신작 출시가 미뤄진 점이 실적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오는 2분기부터 ‘해리포터 : 호그와트 미스터리’ ‘아이언쓰론’ 등 다양한 신작 라인업이 예정돼 있어 관심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는 언제가 될까.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본격적인 매수 확대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5월을 변곡점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밸류에이션 매력 증가, 미북정상회담 등의 이벤트가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강달러 추세가 꺾이면 환차익을 노린 매수세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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