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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Real Estate] 홍대에 밀렸던 이화여대 거리 부활 몸부림 어반앨리스 ‘핫플’ 떠오르며 상권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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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한때 1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이 없어질 정도로 한산했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거리 상권은 최근 옛 상권의 활기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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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역부터 경의선 신촌역에 이르는 이화여대 상권이 변신하고 있다. 한때 온라인 쇼핑 확산, 유동인구 감소, 임대료 상승 영향으로 쇠퇴하던 상권에 소규모 청년창업점포가 들어서는가 하면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되찾으려는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대 상권은 대학가 상권 그 이상이었다. 10~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고 대한민국 여성 패션·미용 트렌드를 선도하던 상권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대로변에 스포츠 브랜드나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 ‘이대 앞에 없는 브랜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법칙으로 통할 정도였다. 꼭 대로변 상권이 아니어도 골목마다 미용실과 보세 의류 매장, 액세서리 매장, 개인 디자이너 매장 등이 성업했다. 쇼핑을 마친 젊은이들은 인근 신촌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이대 상권은 상대적으로 먹거리, 카페 등 외식업체가 많은 신촌 상권과 상호 보완하며 초호황세를 구가했다.

화려한 날이 언제였던가. 최근까지는 기존 대학가 상권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2013년만 해도 3.3㎡당 평균 17만7870원. 한때 18만원에 육박했던 이대 상권 임대료가 2016년 1분기에는 10만원 아래(9만1410원)로 떨어졌다(한국감정원 시세 기준). 이대 상권 일대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시기 공실이 늘면서 한때 5000만~1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던 권리금이 아예 없어지는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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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이대 상권 몰락, 왜?

▷APM 실패로 슬럼화…젊은이들 외면

화려하던 이대 상권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우선 199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동대문형 보세 쇼핑몰을 표방해 개발한 ‘예스APM’ 쇼핑몰 실패가 상권 명운을 갈랐다. 이대 상권 핵심 지역에 들어선 데다 부지만 2000여평이 넘는 대규모 쇼핑몰이었던 만큼 파장이 컸다. 실패한 쇼핑몰은 슬럼화된 채 방치됐고 상권 이미지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대 상권 한 상인은 “당시 수도권에 대형 아웃렛이 개발돼 대기업 브랜드 의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보세 패션 매장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웃돈을 주고서라도 치열하게 점포를 확보하려 했던 옛날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둘째, 이대 상권이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로 찾는 B급 상권으로 전락했다. 서울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유커) 사이에는 이화여대가 순례 코스다. 정문의 배꽃(이화·梨花)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유커들 사이에 퍼져 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사후 면세점이 성업했다. 이대 거리는 한때 ‘중국인 거리’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관광객 소비는 골목 안쪽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이대 상권이 외국인 유동인구로 겨우 명맥을 유지한 동안 10~20대 젊은 층은 이대 거리를 떠나 홍대입구, 이태원 등으로 빠져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이어진 동안 이대 거리 사후 면세점도 문을 닫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떠난 이대 거리 대로변에는 그들을 타깃으로 하던 화장품 가게들만 남았다. 보세 매장, 디자이너 매장이 패션을 선도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대 거리 과거 명성 되찾을까

▷오피스텔촌 변신…초역세권 재부각

이대 거리 상인들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했는지 최근에는 이대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흉물로 통하던 옛 쇼핑몰 건물에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는가 하면 대로변에서 갈등을 빚던 입점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합의점을 찾는 등 옛 상권의 활기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우선 마냥 정체돼 있던 임대료가 최근 1년 새 오름세다.

부동산114가 서울 27개 상권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대역 상권(서대문구 대현동) 임대료는 한 해 동안 19.5% 올랐다. 종각역 상권(38.4%) 다음으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마포구 망원동(15.1%), 서대문구 신촌동(13.1%), 마포구 연남동(12.7%) 등의 상승률이 뒤를 이었다.

이대 거리 A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이대 거리 대로변에서 실평수 5~6평짜리 소규모 점포를 임차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보증금 5000만~1억원에 월 임대료 280만~350만원 정도다. 이면도로나 골목상권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00만~150만원가량이면 빌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위축된 이대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대문구가 이대 상권을 패션문화거리로 지정하고 청년몰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화52번가(이화여대 정문 옆 이화여대길 52번지 일대)’에 디자인 공방, 사진관, 서점, 식당, 선술집 등 소규모 점포들이 꽤 들어섰다. 매스컴 영향으로 일부 요식업종이 인기를 얻는 등 외부 유입 수요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이대역 앞에 우뚝 서 있어 흉물로 통하던 예스APM 저층부(1~3층)는 카페와 레스토랑, 라이브러리와 스터디카페 등 시설을 갖춘 ‘어반앨리스’가 들어서면서 이대 거리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불과 약 5개월 전 오픈한 이곳 1층 카페에서는 미술 작가들의 기획전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학생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통한다. 자연스럽게 이곳을 오가는 젊은 층이 늘었다.

소비층 발길이 끊기며 홀대를 받던 이면도로 골목상권은 오피스텔촌으로 변신하며 살길을 모색했다. 최근 이대역 1번 출구에서 이화여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 곳곳에는 소형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한동안 손님이 끊겨 골머리를 앓았지만 이대역 초역세권이라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임대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골목길에는 공사 중인 오피스텔 5곳 가운데 3곳이 연내 입주를 앞두고 있다. ‘MJ더퍼스트이대’와 ‘이대UCU’는 각각 올 6월과 11월 입주를 시작한다. MJ더퍼스트 전용 26㎡는 2억3500만원, 22㎡는 2억25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2020년 7월 입주 예정인 ‘파라타워’는 오피스텔 143실, 도시형 생활주택 85가구로 구성됐다. 내년 9월 완공되는 ‘이대포레스트’(총 150실)는 지난 4월 분양을 시작했다. 이대역 1번 출구 뒷골목 외에 이대 정문 쪽 중심 상권에도 소형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이 속속 들어섰다. 최근 1년간 500실이 넘는 오피스텔 물량이 쏟아졌다. ‘신촌영타운지웰에스테이트’(261실)는 지난해 말 입주를 마무리했다.

침체돼 있던 이대 거리 상권은 회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대 상권이 활기를 되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대료가 전성기 대비 크게 줄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임차인 유입이 원활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아직은 신촌이나 홍대 등 경쟁 상권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앞으로 인근 아현뉴타운과 북아현뉴타운에 대규모 주거단지 입주가 완료돼 있는 만큼 고정 수요가 생긴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대 상권이 쇠락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특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상권이 활성화될 여지는 충분하지만 이대 거리만의 차별화된 특색 없이는 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금수 21세기부동산컨설팅 실장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7호 (2018.05.09~05.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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