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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취임 20주년 최태원 SK 회장 남모르는 속앓이-하이닉스만 분전…주력 계열사 정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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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을 뉴 SK 원년으로 정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사회적 가치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정체 상태인 계열사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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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서 골머리를 앓지 않는 총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송사에 휘말려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송사는 물론 경영권 분쟁, 중국 사드 배치 보복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유례없는 실적 악화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 노사 갈등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포스코는 갑작스러운 CEO 사퇴를 맞았고, 한진家는 잇따른 갑질 사태로 사임 압박을 받는 분위기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리 소문 없이 순항하는 몇 안 되는 재벌 오너로 꼽힌다. 그룹 지배구조를 일찌감치 정리한 데다 각종 송사에서 자유롭다. 재벌 기업이 한 번쯤은 겪었던 그 흔한 형제의 난도 없다. 중국 사드 배치 보복이나 미국 통상압박에서도 한 걸음 벗어나 있다. 문재인정부와 ‘케미’가 잘 맞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청년 고용을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운 현 정부와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해석이다.

특히나 2018년은 최태원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의 해다. 1953년 최종건 전 회장이 창업한 ‘선경직물’이 모태인 SK그룹은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는다. 지난 1998년 최태원 회장이 취임한 지 20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간 SK그룹은 급성장했고 체급과 체질 모두 달라졌다. 최 회장 취임 당시 32조원가량이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82조원으로 약 6배 늘었다. 그룹 상장사 시가총액 역시 크게 불어나 올해 3월 기준 13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39% 증가한 규모로 시가총액 기준 재계 2위에 안착했다. 내수그룹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39조원 가운데 54%인 75조4000억원을 수출로 거둬들였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 13%에 해당한다. 반도체·정유화학·통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정비했다는 점 역시 최 회장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20년 총수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편할 것 같지만 최 회장 고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룹이 잘나가는 것 같아도 정작 SK하이닉스를 빼면 눈에 띄게 체질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SK하이닉스가 눈에 띄는 호실적을 냈다는 점은 재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지난해 매출은 30조1094억원, 영업이익은 13조7213억원으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45%나 된다. 올해 1분기도 선전했다. 1분기 매출액은 8조7200억원, 영업이익은 4조36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77% 상승했다. 전 분기 대비 다소 뒷걸음질 쳐 지난 2016년 2분기부터 이어진 최대 영업이익 기록은 7분기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전통적인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 4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좋은 점수를 얻을 만하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2분기 연결 실적 예상치(컨센서스)는 매출 10조440억원, 영업이익 5조1195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는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의 그룹 내 위상 역시 몰라보게 높아졌다. 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운영 분담금에서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협의회 운영 비용 분담금으로 356억9500만원을 냈다. 지난해 144억원에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하이닉스 쏠림 더 심해질 듯

SK루브리컨츠 상장 철회 ‘찬물’

가시적 성과 없는 ‘딥 체인지’ 답답

최 회장은 하이닉스 호실적을 반기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 등 기존 주력 계열사의 정체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절치부심하고 있다.

SK그룹 상장사 중 증권사가 올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기업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에스엠코어, SK머티리얼즈, SKC, SKC솔믹스, SK바이오랜드 등 총 9개다. 이 중 지주회사인 SK㈜를 뺀 8개 기업 올해 예상 총 매출액은 111조2633억원, 예상 총 영업이익은 23조1620억원. 8개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이 30.7%, 영업이익 72.8%였다. 올해는 각각 33.8%, 76.3%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 실적 대비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 실적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과거 맏형 역할을 해온 정유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2343억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그러나 성장률로 보면 지난해 대비 고작 0.2% 늘었다.

2014년 3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2016년과 2017년 3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유가에 민감한 비즈니스 모델 탓에 성장세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철회하며 증권가에서의 바람몰이도 힘들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SK루브리컨츠 사업 성장성을 낮게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역시 활로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0.1% 성장에 그쳐 사실상 정체다. 이동통신 가입자 정체가 이어지는 반면 마케팅 비용이 늘고 정부 통신비 규제가 강화돼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올해 매출액을 17조1060억원으로, 영업이익을 1조7932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 이상 줄었다.

자회사 SK플래닛 부진 역시 SK텔레콤 실적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SK플래닛은 지난해 24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 선전이 그룹 차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성장이 정체된 계열사가 많아 최 회장의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올해를 ‘뉴 SK’ 원년으로 정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향후 3년간 80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3년 80조원 투자금은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기술 등 5대 핵심 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반도체 소재 기업 인수로 그룹 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반도체 빅사이클’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온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과 합작한 현지법인 ‘중한석화’를 활용해 비정유(화학, 윤활기유) 사업을 더욱 키워 정유사에서 종합화학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공유 인프라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소극적으로 수행하는 선을 넘어선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운데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겼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CEO 경영평가에 ‘사회 성과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공유 인프라’를 위한 움직임 역시 본격화했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공유 인프라’ 구축을 주문한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유 인프라를 외부에 공유하면 그룹 내부에서 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수 있고 사회적 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SK에너지는 사회와 공유할 인프라로 전국 3600개 주유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전국 SK주유소를 지역 물류로 거점화하는 인프라 공유 방안을 내놨다. SKC는 ‘SKC 스타트업 플러스(Startup Plus)’ 신소재 기술 공모전에 참여할 스타트업 모집에 나섰다.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의 새로운 구상이 향후 SK그룹 20년 성장으로 이어질지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7호 (2018.05.09~05.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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