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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대공분실, 숱한 간첩 사건 조작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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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근태·박종철 등 고문 일삼아

위장간판 걸고 독재 유지에 기여

“주택가 분실, 주민친화 시설로



한겨레

경찰개혁위원회 지적을 받고 ‘별관’으로 간판을 바꿔 단 서울 장안동 대공분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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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공분실(보안분실)의 역사는 한국 민주화 운동 탄압의 역사다. 대공분실은 간첩과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이곳에서 수사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간첩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가들이었다.

1948년 이승만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대공분실이 악명을 떨친 것은 박정희부터 전두환에 이르는 군사독재 정부 시절이었다. 이 시절에 수사관들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을 잡아다 이곳에서 고문하고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2002년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993~2001년 보안법 사건 수사의 80% 이상이 대공분실을 중심으로 한 경찰 보안수사 부서에서 이뤄졌다.

여기서 김근태 민주당 전 고문은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한 뒤 결국 파킨슨병에 걸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 또 박종철 열사는 여기서 물고문을 당하다가 숨을 거뒀다. 대공수사, 고문수사의 달인으로 알려진 박처언 전 치안감, 이근안 경감이 활동한 곳도 바로 이 대공분실이었다. 김근태, 박종철 두 사람이 고문당한 남영동 대공분실은 숱한 비난을 받다가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다. 현재 이곳의 관리를 인권위원회 등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공분실을 운영하는 경찰청 보안국은 최근까지도 정치에 불법 개입해왔다. 현재 경찰청은 2011년부터 보안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정보·공보 등 주요 부서를 동원해 인터넷 댓글 작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29일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경찰청 보안국과 보안과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공분실은 거짓 이름을 사용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옥인동 대공분실은 ‘부국상사’, 장안동 대공분실은 ‘경동산업’이란 이름을 사용해왔다. 지난 1월에야 경찰개혁위원회 지적을 받고 옥인동엔 ‘자하문로 별관’, 장안동 분실엔 ‘장한로 별관’이란 문패를 내걸었다.

경찰의 보안수사 부서가 경찰청 본관에 있지 않고 분실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비밀 수사나 고문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도 계속돼왔다. 합법적으로 조사한다면 비밀 수사도, 분실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경찰개혁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제 전국 27곳의 대공분실은 완전히 문을 닫고 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더이상 분실 형태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주택가에 있는 대공분실 건물은 주민 친화적인 시설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김경욱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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