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사설] 세계 경제 호황 속, 쏟아지는 '한국 왕따' 통계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작성하는 경기(景氣) 선행지수 조사에서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작년 5월 100.9를 찍은 후 내리막을 거듭해 지난 2월엔 99.76으로 떨어졌다. 경기 선행지수란 약 반년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 이하면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반면 OECD 35개 회원국 전체 평균은 2016년 7월 이후 상승 중이며, G7(주요 7개국) 평균도 20개월째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OECD 국가들이 다 경기 상승세를 질주하는 속에서 우리만 뒷걸음질하고 있다.

OECD 지표가 공개된 이날도 한국 경제의 '나 홀로 고전'을 말해주는 통계치가 쏟아졌다. 제조업 상용(常傭) 일자리가 3분기 연속 감소했고, 광공업 업종 절반 이상이 5개월째 생산 감소를 이어갔다. 통계청 자료에선 올 1분기 50대 실업자가 16만여 명으로, 1999년 집계 이후 1분기로는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일본에서 기업 18%가 자발적으로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 연장 이유로 "일손 부족"을 들었다. 한국의 중·고령층은 직장에서 밀려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난을 겪는데, 일본 기업들은 정년까지 늦춰가며 더 오래 채용하겠다고 한다.

지난주 정부는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면서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3% 성장했다"고 자찬했다. 실상과 다른 견강부회다. 여건이 어렵긴커녕 지금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기 과열까지 우려되자 금리를 올리며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일본은 1990년대 초 이후 최고의 고용 풍년을 구가 중이고, 유로존도 예상을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유리한 외부 환경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 탓만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는 정책 역주행이 '한국만 왕따'의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잘나가는 선진국은 예외 없이 구조 개혁과 규제 철폐, 기업 활성화 정책으로 경제를 살렸다. 반면 우리는 노동 개혁을 후퇴시키고 기업들 임금·세금 부담을 늘리는 반기업 정책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신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고 세금으로 경제 성장을 하겠다고 한다. 당장 눈앞만 달콤한 세금 설탕물로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진짜 일자리가 나오나.-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