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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조용헌 살롱] [1143] 93세 마하티르와 96세 단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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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공자님 이야기가 나 같은 범부에게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60세가 되면 ‘이순(耳順)’이 된다고 하였다. 나는 60세가 가까워 올수록 듣기 싫은 소리가 더 많아지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 그런 것인가. 70세가 되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고 하였다. 공자님 같은 성인이나 도달 가능한 경지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아쉬운 대목은 70세 이후의 인생 단계에 대해서는 말씀을 해 놓은 게 없다는 점이다. 공자 당신도 80세를 못 넘겼으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인도의 힌두교 인생 4단계론에서도 마지막 단계를 유랑기(流浪期)라고 설정한다. 길바닥을 돌아다니면서 얻어먹고 살다가 죽는 단계가 유랑기이다. 이때를 75세 이후라고 해 놓았다. 51세부터 75세까지는 임서기(林棲期)이다. 집을 나와 동네 뒷산의 숲속에다가 움막 하나 지어놓고 여기서 밥 끓여 먹는 시기가 임서기이다. 이 임서기가 끝나면 움막에서도 나와 길바닥에서 유랑하라는 이야기는 ‘그 나이 이후는 죽은 목숨이다’는 규정으로 여겨진다. 75세 이후로는 자세한 언급이 없는 셈이다. 총리에 당선된 마하티르의 나이는 93세라고 알려져 있다. 서양 역사에서 90대에 나라를 이끌었던 희귀한 사례를 찾는다면 13세기 초반 베네치아 공화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단돌로(Dandolo·1107?~1205)가 있다. 직책은 ‘도제’. 요즘의 대통령 비슷한 자리였다. 1203년, 그가 96세에 4차 십자군을 이끌고 같은 기독교 국가이자 당대 유럽 최대의 도시였던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3중으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성벽을 넘어가는데 단돌로가 선봉에 서서 전투를 지휘하였다고 한다. 비잔티움에서 보면 악마이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인물로 꼽힌다. 마하티르가 과연 말레이시아에 어떤 공과(功過)를 남길 것인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누구는 90대에 총리 되었지만, 필자 같은 범부는 90대에 들어갈 병원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걱정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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