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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믿는 도끼’들, 트럼프 발등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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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차기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내부자들 단속’엔 실패하면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 서클은 양분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 부류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대외용 인사’들, 다른 부류는 배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일들을 뒤처리하는 ‘해결사’들이다. 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그를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최근 해결사들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면서 트럼프의 이너 서클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즉,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는 안 됐던 ‘해결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조 해결사’ 마이클 코언(52)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해 온 코언은 지난달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자택,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후 성추문 스캔들의 열쇠를 쥔 인물로 떠올랐다. 앞서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추문 스캔들에 대해 입을 다무는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사정 당국은 13만 달러의 출처를 추적해 선거자금법 위반 여부를 살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거대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 합병과 관련해 코언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60만 달러(약 6억4000만 원)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돼 11일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팀에 합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4)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16년 대선 때 물심양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며 충성심을 증명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리퍼드에게 전달된 13만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변제했다”고 폭로하면서 성추문 스캔들의 새 국면을 자초했다. 이에 “코언이 돈을 전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돈으로 변호사에게 갚았다”고 입장을 바꿔야 했다.

2016년 대선 기간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역대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기록을 공개했던 주치의 해럴드 본스타인도 폭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불러준 대로 진단서를 받아썼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탈모약을 복용한다고 밝힌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보디가드들이 자신의 집을 강제로 수색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은밀한 해결사’에서 ‘폭로하는 내부자’가 된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증명했지만 백악관 입성엔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줄리아니 전 시장은 행정부 초기 국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돼 왔지만 1년 반의 기다림 끝에 그에게 돌아온 자리는 트럼프 법무팀의 변호사에 불과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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