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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병력 상당수 손실됐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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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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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달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포로로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흐노프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캣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 문제”

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립 볼로스키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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