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칼럼] 수능 국어 지문 독해력, 이렇게 높여라
기출문제 고난도 지문 반복 학습…독해력 훈련 없는 '量치기'는 금물
강삼희 상상국어평가연구소장 |
수능 국어는 독해력이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독해력이 왜 중요할까? 다 알다시피 국어를 포함하는 언어는 말하기·듣기·읽기·쓰기의 4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수능 국어에서 다루는 영역은 듣기를 제외한 말하기·읽기·쓰기이며,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화법과 작문, 문법, 문학과 독서 파트가 출제된다. 말하기를 위해 화법이, 쓰기를 위해 작문이 있으며 문학과 독서가 읽기에 해당한다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문법이 가지는 지위는 독특하다. 언뜻 봐서는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화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말을 해야 하고 작문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수능 국어에서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화법과 작문이 읽기의 형태로 주어지고 심지어 문법에서도 지문이 주어진다. 즉, 수능 국어의 모든 것은 '읽기'이다. 그래서 독해력이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독해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간단하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항상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수능 국어는 특별한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수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칠 수 있는 시험이다.
수능 국어의 지문이 가진 독특함을 이해하면 방법이 보인다. 더 나아가 지문의 독해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년간 수능 국어 지문을 읽어 온 필자도 수능 국어 지문을 접하면 종종 경외심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짧은 글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정보를 넣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이 촘촘하고 빈틈이 없다. 긴장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수능 국어 지문은 일반적인 글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글은 처음·중간·끝, 즉 서론·본론·결론의 삼단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수능 국어 지문은 처음과 끝이 없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런 글에서 중요한 것은 첫 단락이다. 첫 단락의 핵심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반드시 지문을 한 번만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첫 단락만큼은 두 번 읽어도 된다.
잘 알다시피 수능 시험은 대학 수학 '능력'을 묻는 시험이다. 대학에 가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인 것이다. 지식의 많고 적음을 측정하는 '학력고사'를 치렀던 부모 세대에게는 신기한 일이지만, 수능은 분명히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다. 이때 지식 속에는 당연히 배경 지식도 포함된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배경 지식을 그 자체로 묻지 않는다는 뜻이지, 배경 지식 없이도 시험을 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독해에는 배경 지식이 필요하며, 이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지문의 정보를 잘 꿰어야 고득점이라는 보배를 얻을 수 있다.
독해력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기술도 익히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독해력은 분명히 그 너머에 있다. 기출문제의 고난도 독서 지문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지문을 아흔아홉 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다. 여유가 된다면 EBS를 연계한 수준 높은 모의고사를 찾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이런 독해력 훈련 없이 무작정 문제만 많이 푸는 '양(量)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독해력을 높이는 방법론 안에는 정도로서의 '이렇게'가 있을 뿐 왕도로서의 '이렇게'는 없다. 왕도만 찾다가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준비할 것은 양질의 지문과 필기구, 학습자의 끈기뿐이다.
[강삼희 상상국어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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