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 접어든 제71회 칸영화제
러시아 영화 ‘레토’ 호평 잇따라
감독은 가택연금, 유태오 주연작
윤종빈 감독 ‘공작’은 반응 갈려
성평등 촉구하는 행진도 벌어져
제인 폰다·샐마 헤이엑 등 동참
레드카펫 행진을 벌인 여성들. 왼쪽 두번째부터 키어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카쟈 닌, 에바 두버네이, 케이트 블란쳇 등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들과 90세 프랑스 감독 아네스 바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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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칸영화제에서 성평등을 촉구하는 행진이 벌어졌다. 레아 세이두, 키어스틴 스튜어트, 제인 폰다, 마리옹 코티야르, 샐마 헤이엑 등 이름난 배우들과 ‘원더우먼’의 패티 젠킨스 감독을 비롯해 영화계 각 분야 여성들이 동참했다. 90세 프랑스 감독 아네스 바르다는 “영화산업의 사다리는 모두에게 접근가능해야 한다”며 “사다리를 오르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남성중심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칸영화제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올해도 21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가운데 여성 감독 영화는 3편뿐. 여성 82명의 행진은 그 중 하나이자 쿠르드족 여성 결사대를 다룬 영화 ‘걸스 온 더 선’(감독 에바 허슨)의 공식 상영을 앞두고 펼쳐졌다.
‘레토’의 감독 이름을 들고 레드카펫에 선 배우 로만 빌리크, 이리나 스타르센바움, 유태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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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유태오의 연기는 빅토르 최가 왜 러시아에 불후의 록커로 남았는지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불어로 발행하는 ‘르 필름 프랑세즈’에선 평가에 참여한 프랑스 매체 15곳 중 6곳이 만점에 해당하는 황금종려 가지를 선사, 지금껏 공개된 경쟁작 7편 중 가장 호평했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10개국 평론가가 참여한 ‘스크린’별점에선 4점 만점에 2.4점을 매겼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의 책’(3점),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2.9점)와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콜드 워’(2.9점)에 이어 7편 중 4번째다.
빅토르 최 |
‘공작’으로 칸을 찾은 황정민, 윤종빈 감독, 이성민, 주지훈.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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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영화가 현재 남북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시의적절한 영화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극 중 흑금성이 오래 교류해온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분)과 빚어내는 장면은 최근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대화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은 공식 상영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신기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영화의 바탕은 실제 ‘흑금성’으로 불렸던 박채서씨의 수기다. 윤종빈 감독이 그에게 직접 수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윤 감독은 “수기의 묘사가 굉장히 자세해서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것들을 덜어내는 위주로 각색했다. 극 중 거의 모든 캐릭터에 실존인물이 있다고 보면 된다”며 “결국 하고자 한 건 적이라 믿었던 사람이 동지였고 아군이 적인 걸 알게 되는 스파이의 정체성 얘기”라고 말했다. ‘공작’은 지난해 북핵 문제가 위태로울 때 제작에 돌입했다. 윤 감독은 “박근혜 정권 때였고 영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흑금성’이란 제목이 알려지면 왠지 안 좋을 것 같아 일단 가제로 정한 제목이 ‘공작’이다. 쓰다보니 괜찮아서 정식 제목이 됐다”고 했다. 흑금성을 연기한 황정민은 “진정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엔 이데올로기 같은 게 필요 없다는 걸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영화로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아인·전종서·스티브 연 주연의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은 현지시간 16일 저녁 공식 상영을 갖는다. 국내 극장가에선 17일 개봉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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