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의 경제 상황 평가 문구가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기재부 측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썩 개운치 않은 해명이다. 보고서에 담긴 각종 수치가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설명과 괴리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해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 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2.5%나 감소했다.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하고 소매판매는 2.7% 늘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조업은 하향세, 소비심리는 개선'이다. 이 데이터를 회복 흐름 지속으로 보는 것이 보편타당한 해석인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원래 없었던 문구를 뒤늦게 끼워넣어야 할 만큼 객관적 회복 흐름을 보여주는 수치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경기 후퇴를 인정한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문구를 수정했다는 해석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린북의 경제 상황 진단이 객관적 판단보다는 정부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 상황을 현실보다 비관해 회복 심리를 꺾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뚜렷한 경기 후퇴 시그널을 외면하다 대책을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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