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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사회 흔든 ‘미투 100일’…회식·탬버린문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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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블라인드 남녀 4915명 설문

펜스룰 여전… “변한거 없다” 47%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가 있고 100일이 지났다. 이후 한국사회에 전방위적으로 벌어졌던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연예인과 정치인 등을 포함한 사회적 인사들에 대한 피해를 폭로했다. 하지만 되레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다. 유명인에 대한 폭로전이 이슈가 됐을뿐, 일반인들간의 권력 갑을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SNS 블라인드가 최근 남녀 직장인 4915명을 대상으로 ‘미투 전후 달라진 직장 내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7%는 ‘회식 자제 등 조직문화 개선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여성응답자의 21%, 남성응답자의 15%가 이같이 답하며 여성응답자들의 긍정적 응답이 더욱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응답도 47%에 달했다. ‘펜스 룰(Pence Rule) 현상’으로 되레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견도 전체 응답자의 32%였다.

펜스 룰은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성추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아내 이외의 어떤 여성과도 1대 1로 저녁식사나 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된 용어다. 아내를 제외한 여성들에게 접촉하지 않고 ‘울타리(Fence)’를 쳐야 한다는 의미로 최근 통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너무 일찍 식은 미투 열풍에 아쉽다는 입장도 있었다. 아직 만연한 불평등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회식 2차는 꼭 노래방을 가서 두 시간 내내 탬버린을 들고 서 있어야만 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면서 “술자리가 줄어 좋아하는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더욱 찾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 A(31ㆍ여) 씨는 되레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이 모르는 술자리ㆍ식사자리가 많이 생겼고, 그만큼 업무에서도 소외된 기분이라고 했다.

A 씨는 “남자직원들끼리만 일을 하는 도중에 담배를 피우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거기서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펜스 룰을 두고 다수의 남성들은 ‘자기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라는 입장이다. 남성들만의 회의ㆍ술자리는 모두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부는 미투 운동에 대한 적개심으로 펜스 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과장 차모(39) 씨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면서 “미투 운동의 취지, 폭로를 응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레 반문했다. 직장인 강모(42) 씨도 “미투 이후 여직원들을 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남성과 여성간 의견의 차이는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6년 진행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여성응답자의 20.6%는 살면서 ‘성추행’으로 인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성희롱 피해경험도 7.2%에 달했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성추행 피해 경험은 1.2%, 성희롱 피해는 0.8% 수준이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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