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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정은, 43일 만에 또 방중…복잡해진 비핵화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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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북·미회담 앞두고 中옵션 통해 대미 협상력 높이려는 의지
북핵문제 남·북·미에서 '미·중간 신경전' 또 다른 변수로 개입
아시아경제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전격 방문한 북한 김정은(왼쪽)이 시진핑 중 국가주석과 바닷가를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으로 8일 신화통신이 공개한 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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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43일 만에 다시 만나면서 급물살을 타는 북한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 3자 대신 '남·북·미·중' 4자 논의에 무게를 실으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나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행동 대 보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입장이 변화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을 다시 방문한 것은 중국 옵션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폐기하라고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차원으로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비핵화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에 간접적으로 '우리한테는 중국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틀을 깰 정도로 크게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을 호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관여하려는 중국이 북한을 미리 불러 이해관계와 협상을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다롄에서의 항공모함 시험 운항식은 시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으니 중국에서 먼저 김 위원장의 방문을 요청했거나 김 위원장이 이 스케줄에 맞춰 다롄으로 오겠다고 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문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남·북·미로 기운 것을 다시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면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셈법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향후 북·미 협상에서 궁지에 몰렸을 때 중국을 이용해 불리한 국면을 피해나갈 수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집권 이래 처음 북·중 관계를 '순치 관계'라고 언급하며 친밀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이번 비핵화 협상에 또 다른 변수로 개입됐다. 김 교수는 "미·중 간에 누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 하는 것이 향후 미·중 관계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두 번째 평양 방문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지도부의 초대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및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양국의 사전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취임사에서 처음 밝힌 '영구적 비핵화(PVID)' 논란을 의식한 듯 기자들에게 '완전한 비핵화(CVID)' 표현을 다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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