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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월드이슈] 北은 중국 모델, 美는 리비아 모델… 북핵 해법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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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대회전’을 앞두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원칙’에는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핵화의 방법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리비아 모델’을 다시 한 번 제시했다. 이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북한 입장에서 리비아 모델은 백기 투항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단계별 동시 조처’ 방식을 제안했다. 이 단계의 끝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이 기존의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는 ‘부분적 비핵화’가 될 것이라는 게 미국 조야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리비아 모델에 맞대응해서 북한이 제시할 모델은 어떤 것일까? 미국의 언론 매체 ‘쿼츠’는 북한이 ‘중국 모델’을 따르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모델은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개혁·개방을 단행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특정 국가와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공존공영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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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72년 중국, 2018년 북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이것이 실제로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미국 측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김 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는 것이고, 북한은 중국 모델을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언론 매체 쿼츠는 지난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그 교훈을 중국 모델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과 역사적인 회담을 가졌던 사례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날 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지난 1970년대 초 중국과 현재의 북한 상황이 비슷하다. 중국은 1964년 10월에 1차 핵실험을 했고, 1967년에 수소 폭탄 실험을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중국의 핵무기 보유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과 같은 ‘불량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기존 국제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미·러의 판단이었다.

중국이 핵실험을 한 후에 미국의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은 중국의 핵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했다고 쿼츠가 보도했다. 미국은 그러나 중국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가 쉽지 않고, 만약에 미국이 중국의 핵 시설을 폭격해도 중국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다시 핵폭탄을 만들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내부 결론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끝내 대중 선제 타격을 포기했다.

북한의 현재 상황이 1970년대 초의 중국과 비슷하다. 트럼프 정부는 줄곧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해왔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공격하는 ‘코피 전략’을 유보했다.

지난 1970년대 초 미국은 중국의 핵 개발로 미국이 중국의 핵 위협에 직면하는 악몽의 시나리오를 걱정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종말로 치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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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4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국과 미국의 친선경기. 핑퐁외교는 미국과 중국 국교 수립과 함께 중국을 국제무대로 등장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미·중 핑퐁 외교

미국과 중국은 이념 대결 속에서도 1971년 4월 미국의 탁구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10일간의 탁구 투어에 나섰다. 이는 1949년 이후 미국 민간인의 첫 방중이었다. 미국은 탁구팀 방중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처를 풀었다. 헨리 키신저는 1971년 7월 극비리에 중국 방문 길에 올라 1972년 닉슨 당시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월 1일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으로 북한을 극비리에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9일 ABC 방송과 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을 당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가 제2의 키신저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키신저가 되려면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이 돼야 한다. 닉슨이 미·중 관계 정상화의 문을 활짝 열었듯이 트럼프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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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베이징 시 주석 내외(오른쪽 사진)가 27일 북한으로 돌아가는 김 위원장 내외(왼쪽 사진)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환송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과 북한의 개혁·개방

미국의 케네디 정부는 핵을 가진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반드시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쿼츠가 지적했다. 미국의 핵전력과 재래식 무기 등 군사력 측면에서 중국을 압도하기 때문에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캐네디 정부의 판단이었다. 케네디 정부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철통 같은 방위 공약을 제시하면서 중국의 핵 무장을 용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예브겐 소틴 교수는 “중국의 핵 프로그램이 1960년대에 미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에 주는 안보 위협이 그 당시의 중국 핵무기보다 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노선에서 벗어나 이제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쿼츠는 “김정은이 진정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원하면 덩샤오핑의 사례를 검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덩샤오핑은 1978년 시장 주의 경제 정책을 도입하는 경제 개혁을 단행했고, 중국은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닉슨은 1972년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개혁·개방의 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5월에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한에 개혁·개방의 길을 제시할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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