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비핵화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동발표문에 명시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회담 캐치프레이스처럼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절대 전제는 한반도 비핵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의 행간에도 이러한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다행히 이해 당사자인 남과 북, 미국의 의지가 적극적이라 일단 조짐은 좋아 보인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했고, 우리쪽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극비리에 평양을 다녀왔다.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마쳤다는 얘기다.
우리측이 직간접 경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한 서울과 평양에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제의가 정식 의제에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명칭에 대한 법리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실질적인 현지 대사관 역할을 하게 된다. 남북 관계자의 깊이 있는 상시 만남은 물론 본격적인 민간 교류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 효과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미 남북 합동리허설을 갖는 등 회담 준비가 순조롭고 분위기 또한 전에 없이 좋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취해 삼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건 아닌지 냉정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당장 의제만 해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담론만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화려한 외교적 수사만 난무했지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모든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때다. 회담의 성패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치권은 회담 기간 만이라도 정쟁을 접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도 알량한 정치적 이해에 매달려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린다면 여든, 야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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