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반부패법원에서 열린 전자신분증(E-ID) 사업 비리 관련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세트야 노반토 전 인도네시아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계를 뒤흔든 대형 뇌물비리로 재판을 받아 온 전직 하원의장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25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반부패법원은 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세트야 노반토 전 하원의장에게 전날 1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노반토 전 의장에게 5억 루피아(약 4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뇌물로 받은 730만 달러(약 79억원)를 전액 국고로 환수할 것을 지시했다.
노반토 전 의장은 인도네시아 전자신분증(E-ID) 사업에 관여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작년 말부터 재판을 받아 왔다.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는 지난 2011∼2012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5조9천억 루피아(약 4천600억원)를 들여 전자신분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2조3천억 루피아(약 1천800억원)가 유용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에 회부된 피고들은 빼돌린 예산의 상당 부분이 노반토 전 의장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30여명에 대한 뇌물로 사용됐다고 진술했다.
인도네시아 하원은 전자신분증 사업 비리를 파헤친 부패척결위원회(KPK) 당국자들을 청문회에 회부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노반토 전 의장 등이 체포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인도네시아 원내 2당인 골카르당 총재이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동맹이었던 노반토 전 의장은 2015년에도 미국 광산기업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미국의 거대 광산기업 프리포트-맥모란 인도네시아 법인의 광산영업권을 연장해 주는 대가로 18억 달러(약 2조원) 상당의 지분을 요구하는 모습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노반토 전 의장은 이로 인해 하원의장직을 사임했으나, 이듬해 골카르당 총재가 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가다가 불과 1년여만에 다시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유층과 유력인사가 연루된 부패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초 발표한 2017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인도네시아는 100점 만점에 37점으로 180개국중 96위를 기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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