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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팩트체크] '법의 날' 훈장은 변협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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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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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사진 가운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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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무부 주최 제55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스스로 법무부에 포상후보자로 추천했던 하창우 전 협회장이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법의 날 행사에서 '무궁화장' 훈장은 변협 몫이었다는 주장이다.

변협 집행부 임원은 "무궁화장 훈장은 개인이 받는 게 아니라 변협과 집행부가 받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하 전 협회장에게 포상하지 않은 것은 협회 몫을 뺏는 것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관련 법령인 ‘상훈법’과 시행령, 정부의 상훈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정부포상업무지침'(이하 지침)을 통해 확인해봤다.

[검증대상





◇'법의 날' 무궁화장은 변협 몫일까?

상훈법과 지침에 따르면 무궁화장은 정부 수여 국민훈장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기본적으로 훈장은 '사람'에게 준다. 변협 등 기관이나 단체에는 훈장이 아닌 '표창'을 수여한다. 예를 들어 지난 54회 법의 날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률취약 계층에 대한 법률복지 증진을 이유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런 게 단체표창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주는 훈장인 무궁화장은 단체인 변협에는 줄 수 없다. 변협은 변협이 추천한 소속 변호사 혹은 집행부에게 준다는 의미로 '몫'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변협이 2년 임기의 협회장에게 퇴임 후 격년마다 법무부가 무궁화장을 수여했던 과거 사례를 들어 '몫'으로 표현했다면 이는 오해다.

그동안 전직 변협 협회장들이 무궁화장을 받은 건 관례였을 뿐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관례를 깬 셈이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해명 자료에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사이 훈장 수상자 중에는 변협 전·현직 회장이 법의 날에 무궁화장을 받은 전례가 없다"며 "2006년, 2009년, 2012년~2014년, 2016년 전직 변협 회장이 수상했을 뿐이고, 그 이외에는 수상경력이 없으며, 따라서 변협 회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훈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추천과정은 적절했나?

서훈 추천 후보자가 되려면 2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모와 검증이다. 둘 다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추천기관(법무부)은 포상 대상, 자격요건 등의 포상정보와 추천서식 및 기한 등을 기관 홈페이지 및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www.sanghun.go.kr)에 10일 이상 동시 게재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국민공모 과정을 올해 '법의 날' 포상에선 거치지 않았다. 실제 상당수 중앙부처에서 행정편의상 그리고 관례상 변협 등 산하 협회·단체 등에 추천을 의뢰하고 있다. 국민공모에 의한 추천이 생각보다 활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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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3.16~3.25까지 사전공개된 법의 날 포상 후보자 중 하창우 변호사가 연번 1번으로 공개돼 있었다./사진= 법무부 홈피 자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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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를 거쳐 추천대상자가 모아지면 다시 추천기관(법무부)은 후보자들의 소속 또는 주소, 성명, 주요공적을 기관 및 상훈 홈페이지에 10일 이상 공개해 국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법무부는 올해 이 단계를 지켰다. 3월16일부터 10일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단계를 모두 거치면 각 중앙부처내에 설치된 공적심사위원회(공심위)를 개최해 공적심사를 한다. 여기선 △포상 추천대상자 선정업무를 산하기관, 협회, 단체 등에 전적으로 위임하거나 △포상인원과 훈격을 사전에 할당하는 행위를 금한다.

또 협회·단체 등으로부터 후보자를 제출받더라도 2배수 이상을 가나다 순으로 제출 받아 협회·단체 등에서 포상대상자를 미리 판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변협이 하 변호사를 1순위로 지정해 법무부에 제출했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는 포상을 공적에 관계없이 협회·단체가 '나눠먹기'하거나 '연공서열'에 따라 선정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협회 등의 조직 기여자 위주로선정하는 것도 금지한다. 실제 수년전 모 협회에 기부금을 낸 사람이 추천돼 그대로 정부포상을 받았다가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따라서 변협이 하 변호사를 1순위로 추천했더라도 법무부 공심위에서 후순위로 미루거나 후보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가능하다. 오히려 산하 협회인 변협에 포상 추천대상 선정을 위임한 것처럼 보이거나 사전에 할당한 것처럼 하는 것은 지침위반이다.





◇제외사유는 적절했나?

법무부 등에 따르면 하 변호사는 공심위 단계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법무부는 사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침을 통해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 포상은 국정과제와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주는 것인 만큼 현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공을 세우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우선 포상하거나 훈격을 높이라는 지침까지 있다. 국정과제에 반대되는 인사는 정부 포상에 맞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하 변호사를 탈락시키고 이 변호사를 포상한 것을 두고 '코드 훈장'이라고 비판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사실상 '코드 훈장'이 오히려 정부지침을 따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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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5일 발표된 하창우 전 협회장 명의 '공수처 반대' 변협 성명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정부가 사법개혁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하 변호사는 지난해 2월 15일 변협 협회장 명의로 공수처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퇴임을 불과 10여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또 하 변호사는 2016년 당시 논란이 됐던 '테러방지법'에 찬성한다는 변협 명의의 의견서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국회에 보내 변호사 회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퇴요구까지 받던 그는 변협 총회장에서 공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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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은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의원장 등 인권위원들이 2016년 3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지앙지법 기자실에서 테러방지법 의견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변협은 테러방지법안 의견서가 결코 대한변협 공식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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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에는 정치적 활동이나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합당치 않은 사례로 들고 있다. 하 변호사는 지난해 4월 협회장 퇴임 직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변호사 대표 단체인 변협 수장이 임기 직후 대선캠프로 향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한국법조인협회 등은 지난 4월초 하 변호사의 포상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와 청와대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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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연계 포상에 관한 정부포상업무지침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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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포상업무지침 중 '포상 부적격자'에 관한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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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결과]





법무부는 2006년 이후 대부분의 변협 전직 협회장들에게 무궁화장을 포상했고, 편의상 변협에게 포상후보자 추천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관행이 이어져 변협에게 '추천권'이 일임돼 있는 것처럼 오해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의 날 '무궁화장' 훈장이 변협의 몫이라는 것은 오해다. 특정 단체에 추천권을 일임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그동안 행정편의 등을 이유로 변협에게 사실상의 추천권을 부여해온 법무부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변협과 같은 사례를 우려해 산하 협회·단체에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 부처에 주의를 주고 있다"며 "국민 공모를 확대해 기관 등에 의존하는 추천을 줄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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