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소비자 중 댓글 작성자는 0.7% 수준
‘헤비 댓글러’가 전체 댓글의 25% 장악
매크로 없이도 ‘여론 왜곡’ 가능한 환경
‘드루킹 방지법’으로 여론조작 막을 수 있나
“뉴스 소비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도마 오른 '댓글 문화'…'표현의 자유'인가 '여론 조작'인가
현재 네이버에선 하나의 아이디로 하루 동안 총 20개의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분야별 주요뉴스로 범위를 좁혀도 한 사람이 주목도가 높은 20개의 기사에 같은 내용의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같은 '헤비 댓글러(많은 수의 댓글을 한꺼번에 다는 이용자)' 중 일부는 민감한 정치 관련 이슈를 다룬 기사만을 집중 공략해 댓글을 다는 등 포털 사이트를 사실상의 댓글 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 댓글 현황을 분석해주는 웹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을 기점으로 단 한 번이라도 네이버에 게재된 기사에 댓글을 단 적이 있는 아이디는 모두 175만2558개다. 이 중 1000개 이상의 댓글을 작성한 아이디가 3518개에 달한 반면, 약 165만여개의 아이디는 6개월간 단 댓글이 100개에 못 미쳤다.
0.03%의 '헤비 댓글러'가 전체 댓글의 25% 작성
현재 포털사이트의 여론은 극소수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과대대표'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앙포토] |
이날 하루 동안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이 총 25만7609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0.03%의 이용자가 전체 댓글의 24.8%를 작성한 셈이다. 네이버 댓글에 드러난 여론 자체가 전체 이용자의 0.03%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매크로 없이도 여론조작 가능한 환경"
네이버 뉴스 소비자 중 댓글을 작성하는 비율은 채 1%도 안된다. 하지만 이들 중 '헤비 댓글러'들이 사실상 포털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네이버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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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카페 등에서 좌표(기사 링크)를 공유해 수백·수천 명이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에서 하나의 아이디로 20개의 댓글을 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 1000명이 좌표를 공유하면 총 2만개의 댓글을 쏟아낼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한 교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공간에선 댓글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고 정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규제가 허술하다. 댓글이 수천개씩 쌓이면 사실상의 여론조사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온라인 공간에서도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선거일을 기준으로 특정 시점에 ‘정치적 댓글 금지’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드루킹 방지법'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전 경기 파주출판단지 느릅나무출판사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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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을 정치 이슈화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일명 ‘드루킹 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타인의 개인정보나 아이디를 도용해 부정한 목적으로 게시판에 댓글을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공동주최한 '드루킹 불법여론조작 어떻게 볼 것인가' 간담회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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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드루킹 방지법’은 미봉책에 그칠 뿐 제2의 드루킹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발의된 법안 하나하나가 규제책으로 작용할 순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포털 사이트의 댓글이 여론을 ‘과대대표’하는 데서 오는 여론 왜곡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온라인 기사를 소비하는 독자 대부분이 댓글 내용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궁극적으론 포털 위주로 뉴스가 유통되는 방식이 우선 바뀌어야 하고, 그 안에서도 댓글 자체를 작성하는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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