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친정팀 AS로마를 침몰시키는 득점에 성공한 후,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기쁨 대신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리버풀 트위터]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안필드에서 다시 신화를 썼다.
25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리버풀이 AS로마를 5-2로 꺾었다. 리버풀의 살라가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친정팀 로마를 침몰시켰다. 리버풀은 살라가 교체로 빠져나간 후 내리 두 골을 실점하며 2차전에 여지를 남겨둔 것이 흠이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기적적인 역전극을 일궈내며 올라온 로마였기에, 리버풀도 섣불리 공세를 펼치지 못했다. 실제로 전반 초반, 로마가 '압박의 팀' 리버풀을 상대로 활발한 전방 압박을 보였다. 리버풀은 공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볼 돌리기에 급한 모습을 보였다.
중원에서 볼을 간수하고, 전진하는 능력을 갖춘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전반 13분 만에 부상으로 빠지자, 리버풀은 중원에서 더 고전하는 듯 했다. 킥력 좋은 수비진을 가진 리버풀은 좀 더 직선적으로 경기 운영을 바꾸기 시작했다.
체임벌린의 부상은 뼈아팠지만, 결과론적으로 그 변화가 리버풀에겐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로마가 숨막힐 듯한 중원 압박을 보였지만, 살라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가 뛰쳐들어가는 뒷공간까지 제어하진 못했다.
마네가 연이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리자, 살라가 한 발짝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공격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움직임이었다. 전반 30여 분 동안 수문장 알리송 베커를 중심으로 철벽 수비를 유지하던 로마는 결국 36분, 살라의 왼발에 무너졌다. 어떤 골키퍼도 막을 수 없는,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공은 로마의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살라의 환상적인 선제골이 터진 이후, 경기는 완전히 리버풀이 장악했다. 올 시즌 내내 부진하다는 평을 들었던 리버풀의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마저 수비진을 보호하고,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120%' 수행했다.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로마의 공격수 에딘 제코를 찍어누르고, 측면으로 빠진 공을 양 풀백과 미드필더들이 재빠르게 공급했다. 이후엔 스리톱의 몫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살라가 피르미누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슛을 시도,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의 종료가 아닌, 불타는 후반전을 예고하는 골이었다. 리버풀은 후반전에도 기세를 몰아갔다.
전반전에 피르미누가 만들고 살라가 마무리했다면, 후반전엔 서로 역할을 바꿨다. 후반 11분, 마네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살라는 6분 후인 후반 17분, 피르미누의 득점까지 도우며 전반전의 도움에 보답했다.
넋이 나간 로마의 수비진을 상대로, 피르미누는 10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후반 24분, 경기 내내 가장 모범적인 활동량을 보였던, 리버풀의 제임스 밀너의 패스를 받아 피르미누가 자신의 두번째 골이자 리버풀의 다섯 번째 득점을 견인했다.
다섯번째 득점 이후,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살라를 벤치로 불러들이며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게끔 했다. 28일에 있을 스토크시티와의 리그 경기와, 다음 주 로마와의 2차전을 예비하는 체력 안배였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교체였다.
문제는 로마의 반격이 살라가 빠진, 리버풀의 오른쪽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살라를 의식하느라 전진하지 못했던 로마의 측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장기 부상에서 갓 복귀한 대니 잉스는 살라만큼 위협적이지 못했다.
결국 리버풀은 살라를 불러들인지 10분 만에,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내리 두 골을 허용했다. 5-0으로 1차전을 끝냈다면, 2차전에서 로마에게 역전의 희망 따윈 주지 않았을 것이다. 원정 득점 없이 5골차를 뒤집은 역사는 없다.
막판 두 실점으로, 로마는 바르셀로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5월 3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치뤄질 2차전에서 로마가 3-0으로 승리한다면 결승행 티켓은 로마의 몫이 된다.
하지만 엄연히 결승행은 리버풀이 우세하다. 리버풀의 압도적인 공격력은 70여 분 동안 로마를 완전히 박살냈다. 2차전에서도 충분히 한 골 이상을 터트릴 수 있는 팀이다. 기적을 위해 달려들 로마의 뒷공간은 살라를 위해 마련될 것이다. 살라야말로 '신화'를 '실화'로 만들어 내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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