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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브랜드와 입지 뭉치면 웃돈만 7억원"…부동산 불황도 울고 갈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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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한여름 장맛비만큼 내리던 23일 오전.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경부고속도로 반포 나들목(IC) 인근에 유난히 돋보이는 흰색 외관의 아파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써밋’과 반포동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써밋’. 서초 푸르지오써밋은 지난해 6월 입주했고,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써밋은 올해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이 ‘써밋(SUMMIT)’이란 고급 브랜드를 달고 야심 차게 선보인 단지들이다.

반포대교 남단 방향에도 주변을 압도하는 아파트가 있다. 반포동 쪽으로는 ‘아크로리버파크’, 잠원동 쪽으로는 곧 입주가 시작되는 ‘아크로리버뷰’가 커다란 덩치를 드러내며 한강변에 서 있다. 이 아파트들도 대림산업이 기존 주택 브랜드인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ACRO)’라는 고급 브랜드를 달고 지은 단지다. 모두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가 돼 주변 아파트 집값을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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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써밋’과 ‘서초 푸르지오써밋’. /대우건설 제공



◇고급 브랜드와 알짜 입지 만나면 불황도 거뜬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 공급과잉 등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전혀 딴판이다. 수년간 이어진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하고, 전세금은 몇 달 사이에 수천만원씩 떨어졌다. 수요가 없는 지방은 집값이 분양가를 밑돌면서 입주자들이 입주를 미룰 정도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고민이 많은 곳은 건설사다. 그동안 건설사들의 먹을거리였던 국내 주택 시장이 나빠지면 회사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해외 수주가 조금씩 늘고 있어서 주택 시장에서 빠진 실적을 채워줄 것이란 기대가 조금씩 생기고는 있지만, 해외 수주 여건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이 준비하는 건 ‘강력한 한방’이다. 입지가 가장 좋은 지역에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택지 분양보다는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랜드마크를 내세워 소비자의 호응을 얻겠다는 것이다. 알짜 부지의 경우 대부분 서울 재건축 단지이고, 시공사는 조합원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브랜드 경쟁력과 회사 이미지가 중요해졌다.

입지와 브랜드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대우건설의 서초 푸르지오써밋은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59㎡ 분양가가 7억8000만~8억1000만원, 전용 97㎡ 분양가가 12억4000만~12억90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전용 59㎡ 16층은 올해 2월 14억5500만원에, 전용 97㎡ 25층은 19억원에 거래됐다. 최대 7억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

맞은편 삼호가든 4차를 재건축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써밋의 일반분양가는 전용 59㎡가 9억3000만~10억6600만원, 전용 84㎡가 12억7700만~14억9400만원이었다. 올해 2월 이 아파트 전용 84㎡ 24층 분양권은 18억2220만원에 거래됐다. 프리미엄만 4억원 정도가 붙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가 시공하면 집값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건설사는 이 틈을 파고든다.

브랜드는 앞으로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업계는 삼성물산 ‘래미안’과 GS건설 ‘자이’가 그동안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수주 실적이 좋았던 것이 조합원들의 선호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반포자이’가 ‘신반포자이’, ‘반포센트럴자이’ 수주를 이끄는데 공헌을 했다는 설명이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가구당 무상이사비 7000만원 공약을 내건 것도 굳이 이 단지 수주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 이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은 시공사의 자금능력과 시공능력 등도 중요하지만, 인근 입주민들의 소문이나 브랜드 선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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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의 아파트 단지. /조선일보DB



◇‘대치동 한방’을 준비하는 건설업계

시장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굵직한 한방을 준비하는 곳은 어디일까. 최근까지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던 반포의 뒤를 이을 곳은 ‘교육 1번지’ 강남구 대치동이다. 당장 이번 달 30일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하는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뛰어들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대우건설은 써밋이라는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정면 대결을 펼친다.

이곳을 수주하면 앞으로 ‘대치 우성 1차’와 ‘대치쌍용1차’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반포, 대치, 개포로 통하는 디에이치를, 대우건설은 이곳에 푸르지오 써밋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전략을 내세워 경쟁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랜드마크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동작구 흑석9구역과 경기도 과천주공4단지 등도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노리는 현장”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압구정동 일대,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도 대형 건설사들이 달려들 알짜 입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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