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국 최초 위기 10대 여성 지원 조례 제정

가출 10대 여성 38.6% "숙식 해결 위해 성매매"

성매매·가출 등 위기 노출…지원할 법적 장치 없어

청소년 쉼터, 보호자 연락 등으로 입소 꺼려

의료 서비스·취업 등 자립 지원 내용 담아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성은(가명·16)양은 가정불화로 중학교 1학년 때 집을 나왔다. 가출 청소년 보호 쉼터에 들어갔지만 보호자와의 사전 연락이 필수인데다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고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 의무 참여 등 규칙들이 버거워 곧바로 나왔다. 성은양은 이후 숙식 해결을 위해 성매매를 해야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가출과 귀가, 재가출을 반복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 가출과 성매매 등 위기에 놓인 10대 여성들을 돕기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해 다음달 3일 공포, 시행한다.

그간 여성 가출 청소년은 성매매와 성폭력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노출돼 왔지만, 이를 지원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을 수용하는 청소년 쉼터와 상담소가 있지만 보호자와의 연락 등 여러 규칙들에 얽매여 청소년들이 입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존 법률로는 위기 10대 여성들의 성매매, 성폭력 등으로 인한 임신 및 여성질환 발병 등 위기상황 지원에 한계가 있고, 이들의 학업과 일자리를 동시에 지원하는 자립지원 시설도 부재했다”고 지원 조례 제정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여성 가출 청소년 상당수가 생계를 위한 성매매에 유입되고 있으며 학업중단 비율도 높아 안정적인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가 2015년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출 10대 여성의 18.3%는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부분이 숙식해결을 위해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이하가 38.6%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중퇴가 29%로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경제적 자립을 위한 취업 욕구가 높았지만, 학업 중단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위기 10대 여성 지원 조례는 가출 및 성매매 피해 경험 혹은 가정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만 10세 이상 19세 이하의 여성들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건강과 교육, 자립을 위한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 시책 추진에 관한 사항들을 이번 조례에 담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상담 및 긴급구조, 일시보호 및 상담 지원, 질병치료 및 성·건강 교육, 생리대 및 일반의약품 지원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관한 내용들을 담았다”며 “이번 조례 제정으로 △늘푸른교육센터 △소녀돌봄약국 △청소녀건강센터 등 기존에 진행 중이었던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희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이번 조례 제정은 전국 최초인 만큼 타 지자체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원 사각지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10대 여성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사업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