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험단 사건' 파기 환송
반복적인 사무처리 내역이나 일상적인 기록, 공권적 증명문서(가족관계부 등) 등 반대신문을 하지 않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정도로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가족과 친인척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판단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등의 서면이 반대심문 등 적절한 증거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여, 51)와 이씨의 남편인 서모씨(58), 이씨의 오빠와 여동생, 조카, 제부 등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 수십가지에 가입한 뒤 가짜 환자행사를 하는 수법으로 각각 3억원~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증거를 대체로 인정,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씨의 동생은 징역 1년6월, 조카는 징역 1년이 선고됐고, 이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남편 서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2심 법원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조카 김씨의 선고형량을 징역 1년에서 10월로 감경했을 뿐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과정에서 이씨 측 변호사가 건보심평원의 의견서(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를 증거로 채택하는데 동의하지 않았고, 반대 심문기회도 얻지 못한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 측 변호인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며 항소심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심평원의 의견서는 형사소송법 제315조에서 규정한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진료일지, 금전출납부 등 범죄와 상관없이 사무를 처리한 내역을 그때그때 기계적 반복적으로 기재한 문서”나 “공권적 증명문서, 업무상 통상문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지만 심평원의 의견서를 그와 같이 ‘고도의 신용성이 있는 문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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