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철거로 수질·생태계 회복 기대
4대강 16개 보 철거에 힘 실어줄 수도
성남시 분당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탄천 한가운데에 설치된 미금보의 24일 오전 모습.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이달 말부터 전면 철거에 들어간다.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철거 논의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한강의 대표적 지류인 탄천에 설치된 ‘미금보’가 철거된다.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보의 철거로 생태계 복원은 물론, 보 철거 등 4대강 문제 해결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경기도 성남시와 환경운동연합의 말을 종합하면, 성남시는 분당구 구미동 99 일대 탄천을 가로막고 있는 길이 45.5m, 높이 1.7m 규모의 미금보를 27일부터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금보를 철거한 곳에는 1150㎡ 규모의 여울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빠르게 한다. 여울은 수질 개선 효과가 크다.
미금보 등 탄천의 보 철거 운동은 성남시와 환경운동연합이 ‘탄천의 보 현황과 대안 마련 세미나’를 연 2016년 4월부터 본격화했다. 같은 해 8월29일 환경운동연합이 탄천 수질을 조사했고,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철거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미금보 철거와 여울 설치 공사도 발주했다.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분당구를 거쳐 서울 송파·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하천이다. 탄천의 성남 구간 15.7㎞에는 모두 16개의 농업용 보가 설치돼 있었다. 과거 이곳은 온통 농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당 새도시가 만들어지는 등 주변 지역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농업용수용 보는 기능을 상실했다. 오히려 하천의 흐름을 막아 물을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기는 흉물로 전락했다. 1990년대 분당 새도시 건설 당시 구불구불한 물길을 직선으로 바꾸는 이른바 ‘직강화 사업’까지 하면서 탄천의 수질 등급은 가장 낮은 6등급으로 추락했다.
이에 성남시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90억원을 들여 ‘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탄천 지천에 설치된 보를 철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는 2014년 탄천 본류에 있던 탄천보(야탑동 탄천교 부근)를 처음으로 철거했다. 대신 경사를 완만히 하고 바닥에 자연석을 깔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물 흐름이 좋아지면서 자연석이 기포생성기 역할을 하면서 수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천 생태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생물 다양성이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탄천에는 현재 10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고, 어류는 21종에서 27종으로, 조류는 25종에서 67종으로 다양해졌다. 현재 탄천에는 미금보를 포함해 15개의 보가 남은 상태다.
성남시는 홍수 때 물과 토사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나 하천 유지를 위해 일정한 수량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15개의 보가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영환 성남시 하천관리팀장은 “2014~2015년 사이 분당구 야탑동 일대에 있던 탄천보를 철거한 뒤 생태계가 뚜렷이 살아났다. 앞으로도 사실상 기능이 사라진 탄천의 보들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철거를 앞둔 탄천 미금보의 24일 오전 모습. 미금보 철거로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의 보는 14개만 남게 됐다. 성남시는 단계적으로 보를 철거해 탄천이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보 하나를 철거하는 결정에도 보통 2~3년이 걸린다. 하천은 환경부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관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를 철거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하고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과 경기도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미금보 규모의 보 철거에는 최소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물순환담당 안숙희 활동가는 “미금보는 기존에도 상시로 수문을 열었지만, 수질 개선과 생태계 연속성 회복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철거를 통해 온전한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이 이뤄질 것이다. 미금보 철거는 국민에게 4대강 보 철거와 재자연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보 철거의 상징성을 고려해 환경운동연합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에게 미금보 철거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국의 크고 작은 보가 3만3900여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800여개는 이미 쓸모를 잃었으나,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하천에 방치돼 물을 오염시키고 사고의 위험을 일으키고 있다. 또 5800여개의 보는 구조물이 깨지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성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