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시장의 70%를 장악한 네이버에선 하루 약 1300만명이 뉴스를 읽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은 12만명 정도다. 전체 독자 중 0.9%만 댓글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하루 10개 이상 댓글을 다는 적극 참여자는 3700여 명으로, 0.03%밖에 안 된다. 한 사람이 3개까지 아이디를 만들 수 있으니 1000명만 힘을 합치면 인터넷 댓글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계정 중 불과 0.18%가 6개월간 1000개 이상 댓글을 올리면서 여론을 주도했다고 한다.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줄 알았던 포털의 기사 댓글은 이렇게 소수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을 만큼 취약한 구조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언론도 아닌 검색 포털들이 엉뚱하게 뉴스를 이용해 영업을 하고 이제는 댓글 경쟁까지 부추겨 돈벌이를 극대화하려는 정책 때문이다. 세계에 거의 없는 특이한 행태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언론사 뉴스를 통째로 가져다 자기 사이트 안에서 읽도록 하고(인링크 방식) 댓글을 달게 하면서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한다. 구글 같은 글로벌 포털들이 기사를 링크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한 것과 반대다. 그것도 모자라 댓글에 공감·비공감 버튼을 달고 이모티콘 기능을 얹었다. 최근엔 댓글 접기 기능까지 추가해 과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전부 광고 수입 때문이다. 이 돈벌이 욕심이 댓글 조작으로 정치 여론을 움직이려는 세력들의 놀이터를 제공했다.
2012년 대선을 비롯, 선거 때마다 댓글 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포털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했다. 네이버가 2015년 댓글 정렬 방식을 최신 순에서 공감 순으로 바꾸자 자기편 댓글을 상위에 올리려는 댓글 전쟁이 본격화됐다. 올 1월 '평화올림픽' 대 '평양올림픽' 대결도 한 예다. 이제 한국 포털은 특정 댓글 세력들 간의 대결장이 돼버렸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경우는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많은 국민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네이버 신문' '카카오 일보'만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작 이들 포털엔 기자 한 명도 없다. 언론 관련 규제도 일절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실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대 언론이다. 국회가 이상(異常) 현상을 시정해야 하지만 정권을 잡은 쪽은 비판적인 언론보다 포털을 조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제 포털의 자정(自淨)을 기다릴 상황은 지났다. 야 3당이 포털 규제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은 포털이 뉴스가 아니라 다른 나라처럼 검색으로 영업하게 하는 것이다. 꼭 뉴스로 영업을 해야겠다면 기업을 검색 사이트와 뉴스 언론사로 분할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 스스로 고칠 리가 없다. 법제화 외엔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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