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매출이 급감했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고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신용 등급이 5등급으로 낮아 대출이 거절됐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저축은행에서 연 25%로 4000만원을 빌렸더니 이후 매출이 늘어도 이자 갚느라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고민하던 A씨는 이듬해 자영업자 전문 P2P금융사 펀다에서 연 금리 12.7%에 4000만원을 빌려 저축은행 빚을 갚았다. A씨는 "은행에서는 전년 매출을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했지만 펀다는 가게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지와 상권 분석 결과 등을 심사에 반영해 대출해주더라"고 말했다.
본격 출범 3년을 맞은 P2P 금융이 기존 금융권의 사각지대를 메우며 금융 혁신의 '게릴라' 역할을 하고 있다. P2P 금융은 돈이 필요한 사람(대출자)과 여윳돈을 굴리려는 사람(투자자)을 연결해 주는 금융 상품이다. 국내에서 P2P 금융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핀테크(Fintech·정보 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 열풍이 불었던 2015년이다. 대출 한도 규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P2P 금융사들은 중·저신용자에게 대출 공급, 대출 금리 인하, 중금리로의 대출 갈아타기(대환) 확대 등 기존 금융권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누적 대출액은 2016년 6월 말 기준 1526억원에서 지난달 말 2조2958억원으로 1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고금리 대출 갈아타기 돕는 P2P
◇중·저신용자에 낮은 금리 대출
P2P 금융 업계 1위 테라펀딩은 중소형 건축 사업자를 주고객으로 공략, 지난달 누적 대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14년 12월 서비스 출범 이후 부실(상환이 90일 이상 지연) 발생은 0건을 기록 중이다. 테라펀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 건물 통합 정보 등 각 기관에서 제공하는 건축 관련 데이터와 지난 3년간 누적한 자체 데이터를 접목시켜 보다 세밀한 심사 평가를 진행한다. 또 건설사·금융사 출신의 숙련된 심사 인력을 충원해왔다. 높은 수익성·안정성이 소문을 타면서 투자자가 크게 늘었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 결과 평균 대출 금리는 2015년 12.6%에서 최근 11.4%까지 낮아졌다.
◇투자 수익률 높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
투자자 입장에서 P2P금융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만큼 원금 손실에 유의해야 한다. 또 신생 P2P 업체도 크게 늘어난 만큼 사전 조사가 필수다. P2P 금융사의 자율 규제 모임인 'P2P 금융협회' 회원사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
돈이 필요한 사람(대출자)과 여윳돈을 굴리려는 사람(투자자)을 연결해 주는 금융 상품. 인터넷·모바일로 받은 대출 신청을 여러 개의 투자 상품(대출 펀드)으로 만들면, 투자자들이 골라서 투자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십시일반(十匙一飯)식으로 투자받는 형식이다. P2P 대출 업체는 대출자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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