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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근거 없는 댓글도 추천 수 많으면 쉽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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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연구로 본 댓글의 영향력

동아일보

인터넷 댓글은 독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까. 인터넷 댓글과 사이버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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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매크로(반복 입력)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스트 댓글’은 실제 추천 수가 많을수록 독자에게 더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기사,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 인터넷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광고 연구’(2016년 9월)에 실린 논문 ‘제품에 대한 온라인 베스트 댓글 내용이 소비자의 제품 품질 지각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지우개를 사용한 뒤 품질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우호적인 ‘베스트 댓글’을 본 실험 참여자들은 그 제품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찬성’ 수가 ‘반대’보다 뚜렷하게 많은 베스트 댓글은 평가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터넷 댓글은 내용이 논리적이건 아니건 독자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하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과 의견이 비슷한 댓글을 보고 ‘역시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재확인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권자의 정치인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논문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010년 5월)에 따르면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댓글을 본 실험 참여자들은 댓글 내용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그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심지어 아무런 근거나 논리가 없이 주관적인 느낌만 담긴 댓글에도 영향을 받았다.

기업의 부정적 루머에 관한 댓글 역시 내용이 이성적이건 감정적이건 반박 댓글보다는 루머가 사실이라는 댓글을 믿는 경향이 나타났다(논문 ‘기업의 부정적 루머에 대한 사실 인식에 미치는 댓글의 영향력’, ‘한국언론학보’ 2011년 10월).

흥미로운 건 자신과 반대 성향의 댓글이 더 일반적인 여론에 가깝다는 인식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한국전자거래학회지’(2012년 2월)에 실린 논문 ‘개인의 정치성향이 뉴스 댓글에 대한 신뢰성과 사회적 영향력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직장인과 대학생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논문은 “보수, 진보 응답자 모두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매체에 달린 댓글이 더 일반 공중(公衆)의 여론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용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뉴스 매체의 댓글이 더 이성적이고, 덜 감정적이라고 느끼지만 여론시장에서는 상대적 소수의견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인의 성향, 해당 이슈와 관련된 정도 등에 따라 댓글에서 받는 영향은 달라진다”며 “기사에 달린 댓글이 독자의 기사의 논조 인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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