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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람 보이자 속도 높여”… 대낮 2km 광란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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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인타운 車 돌진 참사

인도-횡단보도 가리지 않고 보행자 닥치는대로 덮쳐 아비규환

용의자는 비사교적 25세 대학생… 車서 내려 “죽여달라” 외치다 체포

23일 오후, 캐나다 토론토의 영가(Yonge Street)는 오랜만에 찾아온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는 토론토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중엔 회사원과 학생뿐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있었다. 하지만 ‘라이더 트럭 대여’라는 회사 이름이 적힌 평범한 흰색 승합차가 인도로 돌진하면서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한국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이 모여 있는 한인타운이자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한 토론토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된 것이다.

○ “사람이 보이자 차량이 속도를 높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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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범벅이 된 한 여성은 제 눈앞에서 숨졌어요. 많은 사람이 도우려 했는데….”

승합차가 인도로 돌진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오후 1시 27분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한 목격자는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에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승합차는 사람이 보이자 오히려 속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차량은 보행자들을 닥치는 대로 덮쳤고 앞부분이 심각하게 파손돼 운행이 어려워진 뒤에야 멈췄다. 경찰은 파손된 차량에서 내려 “나를 죽여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총을 갖고 있다”고 위협하던 용의자에게 총을 한 발도 쏘지 않고 체포했다. 용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침착하게 접근해 끝내 두 손을 들게 만든 것이다.

CNN은 약 2km에 이르는 거리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들과 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시민 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란 출신의 한 유학생은 사고를 목격한 뒤 CBC에 “캐나다는 안전한 나라라고 들었는데 심장이 멎을 뻔했다”고 말했다.

○ 현지 경찰, 테러 가능성 조사 중

한국인 2명과 교포 1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을 숨지게 하고 15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리치먼드힐 출신의 25세 남성 알렉 미내시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은 그가 토론토 인근 세니커대 학생이며 같은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그의 고등학교 동창은 로이터통신에 “그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의적인 범행으로 드러났지만 특정 테러단체와의 관련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차량 돌진이 일어날 당시 토론토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었지만 차량 돌진 장소와 16km나 떨어져 있어 이를 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찰은 미내시언의 거처를 가택 수색하는 등 범행 동기가 될 만한 단서를 찾고 있다. CNN은 조사관들이 미내시언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냈다며 범행 당일인 23일 오전에 올라온 메시지에 ‘최고의 신사 엘리엇 로저 만세’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로저는 2014년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인근에서 총을 쏘며 차량을 돌진해 6명을 숨지게 한 범인을 뜻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내시언이 직접 쓴 글이 맞다면 모방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정보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테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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