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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스승의 날' 없애고픈 스승님…"형식적 행사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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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현직 교사들 "조롱 받는 '스승' 대신 직업적 소명에 충실하고 싶어"…'스승의 날' 사기만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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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인 지난해 5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에 교육청에서 준비한 카네이션이 놓여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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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다."

5월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들이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소명의식을 가진 교육의 주체로 살고 싶다며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고 나섰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직 교사(전북 이리동남초등학교)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 올린 것이다. 그는 "정부 포상을 받고 싶은 사람을 조사하는 것을 보니 스승의 날이 또 다가오나 보다"라고 운을 떼며 "학생들에게 협력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상을 위해 경쟁하다 학교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이 싫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교육 개혁에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교사 패싱'과 교사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취급받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구성한 국가교육회의 위원에 현장교사가 단 한 명도 없다"며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안마저 현장교사가 없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하라고 떠넘기는 상황이니 교사 패싱·정책 토싱의 상황이 서럽다"고 말했다.

교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사회적 인식에도 자존심이 짓밟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면서 정작 교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촌지나 받는 무능한 교사'에 머물러 있다"며 이로 인해 교권침해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다"며 "교단 현실이 이와 같은데 정부는 포상·기념식 등의 행사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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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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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 회장은 "교권은 포상과 행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의 교사들은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당당하게 살고 싶다"며 정부에 '스승의 날' 폐지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3일 만인 24일 오전 11시 기준 5211명이 동의하는 등 현직교사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원 참여자들은 "현직 교사다. 스승의 날 오히려 죄인 취급 받는 현실이 싫다", "스승의 날이 있다고 교권이 존중되지도 않고 없다고 교사들이 대충 일하지도 않는다", "교사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뇌물 수수 방지 공문을 보고 있으면 씁쓸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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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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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사들의 교권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학부모의 명예훼손, 학생의 폭언·폭행 등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572건으로 2006년 179건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에서도 최근 5년 간(2012~2016) 교권침해 행위가 2만3576건에 달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교권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의 보장 △교육구성원의 인권역량 강화 △인권존중 학교문화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발표했지만 '교권 보호'관련 내용은 단 한 장(전체 34장)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식 회장은 24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교권'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고 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권리"라며 "교권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개선은 없고 '스승의 날' 기념행사 같은 형식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인데 '스승의 날'은 이들 모두에게 부담만 준다"며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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