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5개월간 미적거리다 지난해 10월 무혐의로 종결했다. 당시 검찰은 드루킹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까지 뒤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공모 회원들이 파주 사무실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댓글조작을 해온 범법 행위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수사 도중에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의 부실·늑장 수사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한 차례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한 이후 한 달 가까이 범죄 현장을 내팽개쳤다가 그제 다시 압수수색했다. 그 사이 드루킹 일당 중 한 명이 출판사에서 자료를 갖고 나왔고, 도둑이 물건을 훔쳐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가져간 CCTV는 연결선이 빠져 작동도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드루킹 일당이 활동한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등에선 이미 다수 증거가 삭제됐다. 김씨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전자담배 상자에 담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개인 채무라는 김 의원 측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아직 김 의원과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단죄했던 박근혜정부 인사들의 위법 행위는 검찰에게도 책임이 크다. 검찰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비리를 예전에 철저히 파헤쳤더라면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정기관의 1차적 책무는 비리가 확산되기 전에 발본색원해 척결하는 일이다. 죽은 권력에 뒤늦게 매질하는 것이 검찰의 본분일 수는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눈치를 보며 수사를 흐지부지하는 행태는 검찰 스스로 뿌리 뽑아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이런 국가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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