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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자가 배합사료 개발 고품질 한우 출하 “저는 아버지 사료 표준화해 널리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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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환 최고농업기술명인·열창 축산과학원 연구사 부자

언어장애 딛고 ‘소 사랑’ 38년째…입술 수술하고도 사료 강의 열정

아버지 신혼여행지가 아들 일터 “손자가 축산 이어받으면 좋겠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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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아버지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곳을 평생 일터로 정했다. 아버지의 열정을,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를 이어가며 소에 미쳐서 사는 백석환(59)·열창(34)씨 부자 얘기다.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서 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백석환씨. 중졸 학력과 선천적인 언어장애(구순구개열)를 딛고 축산업을 통한 부농의 꿈을 키워가는 ‘영원한 청년’이다. 백석환씨가 소를 처음 만난 것은 1981년. 농업인 후계자로 선정돼 350만원의 정부 자금을 융자받아 한우 7마리를 사들이면서 그의 ‘소 같은 소 사랑’은 시작됐다.

그는 소에 대해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신혼여행을 우리나라 축산기술의 산실인 국립축산과학원 견학으로 대체할 정도로 소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소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당시 사료값은 100% 폭등하고 소값은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더 이상 소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그는 쌀겨, 비지, 깻묵, 볏짚 등 농촌지역의 각종 부산물을 수거해 직접 사료를 만드는 이른바 ‘자가 배합사료’ 제조에 열중했다.

당시 축산과학원의 배합사료 관련 자료를 참고해 직접 만든 자가 배합사료는 최저비용으로 최고 품질의 소를 키워내는 바탕이 됐다.

백석환씨가 출하하는 쇠고기는 90% 정도가 1+등급 이상이었고, 그는 다른 농가들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됐다.

2011년에는 농진청으로부터 한우 분야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됐다. 소를 가장 잘 키우는 사람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후 백석환씨의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신청이 쇄도하자 그는 ‘분명한 발음을 하고 싶다’면서 입술 수술까지 하고 강의에 나서는 등 열정을 또 보여줬다. 이후 그는 자가 배합사료 분야의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술까지 하고 강의에 나서시는 아버지의 열정이 정말로 멋있게 느껴졌어요.”

운명이었나. 아들 열창씨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소에 대한 관심이 많아 낙농학(충남대)을 전공한 그는 아버지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축산과학원의 연구사로 들어갔다.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각종 부산물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최적의 배합비율을 계산하는 ‘한우 사양 표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온갖 시행착오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체계화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부산물을 활용해 농가에서 직접 배합비를 짜고 사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능숙한 요즘의 젊은 농업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열창씨의 꿈은 뭘까.

“아들을 2명 뒀는데요, 원한다면 아이들도 축산과 관련된 일을 했으면 좋겠네요.”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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