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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나치 설득해 연합군 병사들 살린 '백의의 천사' 수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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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아녜스-마리 발루아 수녀 103세로 영면

연합군 쓰라린 패배 당한 디에프 상륙작전 부상 장병들 목숨 여럿 구해

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생전의 아녜스-마리 발루아 수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벌어진 상륙작전에서 연합군 병사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핀 '백의의 천사' 아녜스-마리 발루아 수녀가 선종했다.

22일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노르망디 티베르몽의 한 수도원에서 발루아 수녀가 지난 19일 103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발루아 수녀는 1942년 8월 19일 연합군의 디에프 상륙작전에서 다친 캐나다 병사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독일군 장교들을 설득해 수많은 인명을 살려낸 인물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당시 디에프의 항구를 독일군으로부터 탈환한다는 목표로 '주빌리 작전'에 6천 명의 병력을 투입해 맹렬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연합군은 이 작전에서 독일군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작전의 주요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영국군과 캐나다군을 합쳐 4천131명의 병사가 죽거나 포로로 잡혔다.

부상자 대부분은 2차대전 실전에 처음 투입된 캐나다 장병들이었다.

적십자에서 간호사 훈련을 받은 뒤 루앙의 시립병원에서 근무하던 발루아 수녀는 병원으로 후송된 이 연합군 장병들을 헌신적으로 간호했다.

독일군 수중에 있던 루앙에서 나치 장교들은 병원의 자원이 적군의 치료에 쓰이는 것을 처음에는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발루아 수녀는 독일군 장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치료를 받도록 해줬다.

독일 출신 안과 의사를 설득해 눈을 다친 연합군 병사의 수술을 받게 해줬고, 독일군이 부상이 심한 연합군 장병을 즉결처형하려던 것을 막아 목숨을 살리기도 했다.

그는 때로는 몰래 독일군의 전투식량을 훔쳐 연합군 장병들에게 먹였고, 연합군 병사를 치료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독일군으로부터 구타도 당했다.

캐나다군 병사들은 흰색의 간호사 옷을 입고 병사들의 목숨을 살리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발루아 수녀에게 '백의의 천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발루아 수녀는 2차대전 종전 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도뇌르(Legion d'Honneur)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다.

디에프 시장은 추도사에서 "발루아 수녀님은 디에프인들은 물론, 캐나다 국민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영웅"이라며 애도했다.

발루아 수녀는 주빌리 작전에서 산화한 연합군 병사들이 묻힌 베르튀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yonglae@yna.co.kr

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2차대전 장병 추모식 참석한 발루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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