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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北 행보’ 긍정론·경계론 사이 北 속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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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전문가들 반응 / “의미 속단 이르다” 신중론 교차… 빅터 차 “사실상 핵보유국 선언”

세계일보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 방침에 대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태도와 결이 다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하는 긍정적인 시선과 더불어 북한의 속내를 의심하는 회의적인 분석도 병존한다.

전문가들의 신중한 입장 중엔 빅터 차(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분석이 눈에 띈다. 차 석좌는 21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결정에 대해 의미를 축소했다. 북한의 선언은 비핵화 선언이 아니라 핵보유국 선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번 결정은 대화 와중엔 모든 시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표했던 북한이 그 약속을 공식화한 정도라는 평가다. 차 석좌는 북한의 행보와 관련,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 책임을 지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차 석좌는 이어 “아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지만, 북한은 그들에게 필요한 전부인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얻을 수 있으면 된다”며 “이 모든 상황에서 질문은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양보의 대가로 무엇을 주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은 핵무기가 완성됐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이는 더 이상 실험이 필요없다는 의미이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북한의 진의는 예비회담 등을 통해 파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기대감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참여과학자모임의 데이비드 라이트 국제안보 담당 국장은 “김정은이 얼마나 협상에 진지한지가 핵심인데, 그는 이번 선언을 통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세계에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의도는 이제 핵 개발에서 북한의 경제 현대화로 초점을 바꾸려는 것이고, 이번 결정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일자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의 한 공장이 원자로 건설이나 미사일 제조 때 쓰이는 고순도 흑연 생산공장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WP는 청수 공장이 원자로용 흑연 생산 시설이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는 없지만, 이런 동향이 북한의 ‘진심’을 판별하는 데 결정적인 어려움을 준다고 언급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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