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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큰 진전" 평가한 트럼프… '북 완전한 핵폐기' 고삐 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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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성명 1시간 만에 “좋은 뉴스”… 美 ‘北 비핵화’ 속도전 / 일부 당국자 회의적 평가 불구 北 발표 묵살은 사실상 어려워 / 핵연료 공급차단 등 방안 구상 / ‘先비핵화’ 기존 접근방식 바꿔 / 관계 정상화 먼저 추진도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발표에는 핵보유국 인정 및 핵 군축 협상 등을 노린 복선이 깔렸다고 판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우선 북한의 이번 조처를 핵 폐기로 가는 첫 단계로 규정하면서 향후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질 때까지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핵 동결, 사찰과 검증, 폐기 등의 과정이 2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성명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첫발을 뗀 것으로 간주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 소식통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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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초청 감세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이얼리어=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과는 달리 백악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번 성명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보도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강경 노선을 견지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함정을 파놓았다는 게 백악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측근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성적이고, 타협을 바란다는 ‘환상’을 심어주려고 그러한 발표를 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발표를 ‘동결 함정’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든 미국 정부가 북한의 발표를 일언지하에 묵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의 이번 성명 발표를 출발점으로 한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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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가늠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 체계의 결합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이 일단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핵폭탄을 운반하는 미사일 발사체의 불능화 및 핵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보유하는 핵무기의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 등 실무 당국자들도 북한의 제한적인 핵 보유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체결 및 관계 정상화’라는 기존의 접근 방식을 바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먼저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북한과 먼저 신뢰를 구축한 뒤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종전 선언에 미리 ‘축복’을 보낸 것도 ‘선 평화체제 구축’ 전략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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