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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김일성 회고록 소지' 병무청 직원 6년 만에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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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료를 소지하고 유포하는 등 ‘이적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병무청 직원의 무죄가 확정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무청 직원 강모(4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1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단순히 자료를 소지했다고 해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2012년 강씨가 기소된 이후 6년 만이다.

조선일보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병무청 직원 강모(4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2일 확정했다. 2012년 강씨가 기소된 이후 6년 만이다./조선DB


강씨는 민간 단체인 ‘통일을 여는 사람들(통일사)’ 정책연구원으로 활동하며 2009년 12월~2010년 11월 사이 통일사 홈페이지에 북한 관련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통일사 홈페이지에 ‘북한의 핵무장이 핵 억제력 차원에서 정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 외무성 성명 등 15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강씨는 또 ‘주체사상총서’와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 등 북한 서적과 음악, 영화 등 678건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체사상총서는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펴낸 주체사상에 관한 종합 해설서다. 1985년 10월 조선노동당 창당 4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3250여 쪽에 이르는 10권의 책이다.

이 밖에 강씨의 휴대용 저장기기에선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주요 노작집’과 영화 ‘당의 참된 딸’ 등의 파일이 발견됐다. ‘당의 참된 딸’은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간호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경찰은 강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2년 3월 구속했다. 이어서 검찰은 “국가의 존립·안전 등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게시했다”며 국보법 위반으로 강씨를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통일사는 순수한 사회단체”라며 “북한 관련 서적은 북한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2012년 12월 1심은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통일사는 이적 성향을 지닌 단체로 보기 어렵고 강씨가 북한에 동조한다는 개인 의견을 표출한 적이 없다”며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고 해서 북한에 동조할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선고에 앞서 강씨는 구속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2014년 10월 2심도 “검찰이 기소한 국보법상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는 국가의 존립·안전 등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데 강씨의 행위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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