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오토시승기] 와인딩 그 이상을 탐나게 하는 존재, 푸조 308 GT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사진: 김학수 기자

푸조의 모터스포츠 아이덴티티가 담긴 핫해치, 푸조 308 GT의 시승에 나섰다.

이번 시승은 기자가 아닌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 중인 법무법인 제하의 강상구 변호사와 발레오 오토모티브 코리아의 오경석 과장이 나섰다. 두 사람과 와인딩 코스 중 하나인 호명산에서 308 GT를 시승하기로 결정했다.

푸조 3008 GT라인 이후 푸조의 드라이빙 감각에 높은 만족감을 느낀 두 사람은 과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푸조를 만나 어떤 평가를 했을까? 호명산을 달리고 난 후 한 카페에 앉아 강상구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강상구 변호사의 시승평을 녹취하여 각색한 내용입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2)

푸조의 리드미컬한 드라이빙을 과시한 308 GT

이번의 시승은 바로 푸조의 핸들링을 느낄 수 있다는 308 GT와 함께 했습니다.

3008 GT라인에서 높은 만족감을 얻어서 그랬을까요? 처음 시승을 앞두고 푸조 308 GT에 대해 찾아보았고, 현재 푸조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그 이야기에 제법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왠걸, 본격적인 시승을 하기 위해 호명산 방향으로 이동하며 경험했던 308 GT는 뭔가 밋밋하고 특출난 강점이 없는 차량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7)

제가 308 GT이 밋밋하다고 느낀 건 바로 308 GT의 주행 성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죠. 속도의 영역을 떠나서 전륜 구동 컴팩트 해치백이라는 레이아웃을 가진 차량의 한계에 가까운 주행을 할수록 308 GT는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과시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리드미컬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었던 것이죠.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8)

방금 ‘속도의 영역을 떠나서’라는 전제를 둔 것처럼 사실 308 GT에 담긴 파워트레인의 구성이나 출력 등은 그리 특출한 수준은 아닙니다. 2.0L 블루 HDi 엔진은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디젤 엔진들과 큰 차이가 없는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냅니다. 가속력이라던가 재가속 등의 성능 역시 일반적인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푸조는 이 엔진을 무척이나 매끄럽고 기민하게 다듬어 내 엔진을 회전시키고 출력을 끌어내는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사실 저는 디젤 파워트레인을 참 싫어하는 편인데 푸조 308 GT는 충분히 가솔린 엔진에 근접할 정도의 매끄러운 감성을 느낄 수 있고, 기민하면서도 경쾌한 출력 전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실내에서는 꽤나 정숙한 매력도 가지고 있죠.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4)

변속기 역시 특출한 변속기는 아닙니다. 아이신에서 공급한 이 변속기는 업 쉬프트는 상당히 경쾌한 편이지만 다운 쉬프트 상황에서는 엔진 보호 등을 고려하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게다가 다운 쉬프트 직후에도 ‘약간의 슬립 상태’를 유지하며 보호에 나서는 모습이죠.

아무래도 회전 수의 제한이 있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탓인데 주행 중에 이러한 모습이 계속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채웠습니다. 물론 RPM 활용 등이 적응된다면 현재의 308 GT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주행을 뒷받침 할 수 있습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6)

푸조 308 GT의 진가는 바로 차량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전륜의 경우에는 다소 소프트한 편이지만 스트로크가 짧은 편입니다. 이와 함께 후륜 쪽은 경쾌한 감성을 연출하고 역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단단한 세팅의 토션빔을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코너링 중 요철을 만나게 되면 조금 불안한 모습이죠. 하지만 네 바퀴가 정확히 노면을 물고 있다면 그 때부터는 확실히 제 실력을 드러냅니다.

이른 봄의 차가운 날씨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3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상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고 공격적인 코너 주행에서도 차량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짧은 차체와 휠베이스 그리고 토션빔 등의 구성으로 과감한 코너 주행 중 ‘쉽게 날아갈 위험이 있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또 공격적으로 코너를 파고들며 높은 주행 페이스를 이어갑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5)

308 GT의 움직임은 전륜구동이라는 레이아웃을 갖췄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갖췄습니다. 특히 코너 진입 상황에서는 언더스티어와 함께 차체의 롤이 느껴지는데 이건 불안한 것이 아닌 ‘푸조만의 특성’입니다. 실제 308 GT는 물론이고 3008 GT라인 역시 코너 진입 상황에서 롤이 발생하며 진입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불안하다’라며 페이스를 낮추는데 308 GT에게는 이게 한계가 아니라 ‘코너링의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308 GT를 믿고 조향각과 엑셀레이터 페달에 힘을 유지하면 푸조의 핸들링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308 GT는 진입 후 롤링으로 무게 중심을 충분히 옮기고 그 상태로 맹렬할 정도로 코너의 안쪽을 파고들며 가속해 절묘한 코너링 감각을 선사합니다.

14

이 핸들링을 느끼고 있자면 운전의 즐거움이 정말 제대로 살아납니다. 그렇게 한참을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고 또 페달을 밟고 떼며 코너를 파고들고 있자면 푸조의 리드미컬한 드라이빙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이런 곳을 달릴 때에는 역시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데, 푸조 308 GT의 브레이크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컴팩트 해치백의 차체를 단번에 잡아챌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제동력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브레이크 조작에 적응이 긑나는 순간 중고속 구간에서 CP 진입을 위해 과함한 제동을 하거나 급작스럽게 제동 상황을 마주할 때에도 탁월한 밸런스로 운전자에게 안정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그렇게 달리는 순간, ‘호명산이 308 GT에게 부족한 공간’으로 느껴지고 이 308 GT로 서킷을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납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9)

컴팩트 하지만 매력적인 스포티 해치백

주행이 끝나고 308 GT를 살펴보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308 GT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살짝 작게 느껴집니다.

제 개인적인 체감에 의하더라도 차량의 디자인이나 실루엣 등의 요인으로 인해 C 세그먼트 해치백이라기 보다는 한 세그먼트 정도, 그 정도로 조금 작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건 아니라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푸조가 308을 공개하면서 ‘불필요하게 크기를 키우지 않겠다’고 밝혔었고 그 의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떠나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구성을 본다면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 요소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308 GT 시승 이전에 가장 최신 모델이라 할 수 있는 3008 GT라인을 시승했던 만큼 같은 푸조 내에서는 ‘확실히 이전의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0)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도로 위에서 푸조 차량을 보는 것은 꽤나 신선하고 이색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듯 도로 위에서 308 GT를 보게 된다면 ‘상당히 독특한 차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반해 차량의 컬러가 순백색이라 그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1)

스포티한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낸 공간

실내 공간은 상당히 컴팩트한 차체에서 효과적인 패키징을 구현한 것을 볼 수 있겠습니다. 푸조 고유의 개방적인 시야와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3008 GT라인에서 보았던 i-콕핏의 과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은 무척이나 간결하고 담백한, 세련된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구성을 갖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습니다.

스티어링 휠의 질감이나 그립감도 상당히 좋고 헤드 업 클러스터 역시 확실히 뛰어난 시인성을 제공하여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확실히 308 GT 모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붉은색 스티치도 참 좋은 매력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2)

한편 시트 역시 가죽과 알칸타라 그리고 붉은 스티치를 조합한 구성으로 예쁜 스포츠 시트를 잘 구현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알칸타라의 적용으로 운전자의 홀딩력이 좋은 편이지 시트의 형상으로 운전자를 지지하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만 주행에서 결코 ‘불안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시트에서는 위치, 형태, 각도 조절에 있어 수동과 전동을 오가는 구조인데 굳이 이렇게 분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차량 자체가 연식이 있어서 그런지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의 터치 감각이나 터치 반응 속도 등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입니다.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3)

섬세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제네레이터

참, 까먹은 매력이 있네요. 바로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 시켰을 때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가상 엔진 사운드였습니다. 다이내믹 모드가 활성화되면 풍성한 사운드가 펼쳐지는데 마치 미국산 V8 엔진을 회전시키는 강렬함이 돋보입니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엑셀레이터 페달의 조작에 따른 사운드 전달이 아니라 마치 쓰로틀 전개에 따라 조율한 것 같더군요.

실제로 엑셀레이터 페달을 떼며 RPM을 낮출 때에도 가상 사운드가 RPM의 움직임에 따라 잦아드는 모습 등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다만 인위적인 사운드라는 점은 분명히 느껴져 간간히 재미를 즐기기 위해 사용하기엔 참 매력적인 것 같더군요.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4)

강상구 변호사가 푸조의 핫해치, 308 GT와 함께 와인딩에 나섰다. (15)

서킷 그리고 가솔린 파워트레인

푸조 308 GT의 시승을 마치고 한 후 두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채웠습니다.

하나는 주행 마지막에 느꼈던 바로 ‘서킷 주행에 대한 욕심’입니다. 308 GT가 가진 한계를 제대로 끌어내고 그 드라이빙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도로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인제스피디움이나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같은 서킷을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추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잡고 싶네요.

그리고 참 잘 만들어진 엔진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런 세팅과 움직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솔린 엔진과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욕심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현재의 308 GT에 가솔린 엔진과 수동 변속기가 더해진다면 더욱 강렬하면서도 치명적인 드라이빙의 매력을 과시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강상구 객원기자(법무법인 제하)